16일은 27년 전 탈주범 지강헌이 서울 서대문 북가좌동 가정집에서 인질극 도중 사망한 날이다. 이 인질극은 전국에 중계됐으며 일요일이던 당시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4시간 동안 이어지던 인질극은 범인 두 명이 권총으로 자살하고 이어 이 사건을 주도하던 지강헌이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하면서 마무리됐다. 지강헌은 진입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구출됐다. 지강헌은 탈주범 중 한 명인 강영일을 자수하도록 내보냈는데 강영일이 다시 들어오려고 하자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발밑에 총을 쏘며 제지했다고 한다. 정황으로 볼 때 나이가 어린 강영일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자신은 최후를 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강헌은 분명 흉악한 범죄자였지만 그가 인질극을 벌이는 도중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전 국민의 공감을 샀다. 지강헌은 556만원을 훔쳐 달아나다 17년형을 선고받았었다.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이 더해진 것이다. 지강헌에게 내려진 판결은 당시 밝혀진 것만 76억원을 횡령하고도 징역 7년을 선고받고 2년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전경환과 비교되기도 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지강헌이 최후를 맞은 지 27년이 지난 지금, 그가 꼬집었던 없는 사람은 경미한 죄로도 가중처벌을 받고, 있는 사람은 가벼운 처벌만으로 풀려나는 세태는 개선됐을까. 아직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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