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자어 이야기

한자어 이야기

AD
원본보기 아이콘
실용서를 고르기는 아주 오랜만이다. 한자를 아는 것이 실용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고, 쓰는 언어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한자임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순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자어인 단어들이 부지기수다.


근년 들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자주 국제뉴스가 될 만큼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유명하다. 좁은 땅, 자원빈국에서 믿을 건 머리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라고 배웠다. 그 덕에 문맹율도 매우 낮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낮은 문맹율에 반해 문장과 단어를 이해하는 문해율은 반비례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저조한 우리나라의 독서실태가 낮은 문해율과 관계가 깊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된다. 주위에 ‘책을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 줄 몰라 책을 읽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체면상 그런 말을 숨기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건 표면적으로 책 좀 읽고, 글 좀 쓰는 축에 끼는 나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을 쓰다보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곤혹(困惑)이란 단어가 무슨 의미이고, 문장의 어느 위치에 써야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면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라고 풀어서 설명하지 못한다. 솔직히 그런 단어들이 태반인데 그 다수가 한자어인지도 미처 몰랐던 한자어들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모르는 한자어 이야기> 책이 그래서 눈에 확 띄었다. 이 책이 ‘하늘 천, 땅 지’ 식으로 한자나 익히자는 류의 책이라면 당연히 추천서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문과를 졸업한 저자가 약 20년 전 모 스포츠 신문에 연재했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에서 가려뽑아 엮은 것들이라 말 그대로 이야기, 요즘 말로 ‘스토리텔링’이다. 평소 쓰던 단어의 정확한 뜻과 유래를 간단하고 재미있게 슬슬 읽어나가도록 쓴 산문집인 것이다.


‘승패의 분수령’이니 ‘역사의 분수령’이란 말은 흔히 쓰는 말이다. 분수령(分水嶺)은 지형학 용어로 물 흐름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산이나 고개, 고지를 말한다. 말 그대로 ‘물을 나누는 고개’다. 물의 흐름이 남한강과 낙동강으로 나뉘는 백두대간의 재들이 분수령이다. 분수령의 반대가 두 물길이 합해지는 ‘두물머리’인데 한자어로 ‘합수머리’라 하고 ‘양수리’란 지명으로도 불린다.


괄호(括弧)라는 기호가 ( ), [ ], 등이 있음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괄호는 왜 괄호일까? 활(弧)처럼 둥글게 휘어 묶기(括) 때문이다. 그래서 ‘괄’이 들어가는 글자들은 묶는 의미가 들어있다. 개괄은 ‘대충 추려 한데 묶는 것’, 총괄은 ‘여러가지를 한데 모아 묶는 것’, 포괄은 ‘있는 대로 온통 휩쓸어 담는 것’이다.

AD

‘과묵, 과시, 과로, 과객, 과인, 과연’의 ‘과’는 각각 ‘적다, 자랑하다, 지나치다, 지나가다, 부족하다, 정말로‘의 뜻으로 각자의 한자가 다르다. 여성의 아름다움의 정도를 표현하는 말로 유혹, 매혹, 고혹, 절륜(絶倫)이 있는데 각자의 정도가 다르다. ‘너무 뛰어나 비교할 만한 무리가 없어 인류와 인연이 끊길 정도’인 ‘절륜의 미녀’가 으뜸이겠으나 ‘뇌를 마비시킨다’는 ‘뇌쇄(惱殺)’에는 못 미친다.


<홍승직 지음/행성B잎새/1만50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