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국감자료 주의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기본적인 수치나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엉터리 국정감사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잘못된 자료, 통계 등은 결국 사실에 대한 오해를 초래해 국회의 행정부 감독ㆍ감시라는 국정감사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료를 통해 15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부당채용 문제를 꼬집으면서 3명의 직원에게 126억97만4000원의 급여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은 '기획위원회' 인력으로 채용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근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급으로 채용된 A씨의 경우에는 115일 근무기간 중에 37일만 일하는 식이었다. 이들 3명은 지난 대선이나 총선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 있거나 장석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의 총선 출마 당시 선거 캠프 등을 맡았다는 점에서 원장의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김 의원은 자료를 통해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가 담뱃값을 올려서 조성된 건강증진기금으로 마련됐다는 점을 크게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자료는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3명 가운데 1명은 9개월, 다른 2명은 8개월 근무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들에게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100억원이 넘는 급여 예산이 맞냐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근무기간 각각의 개인에게 평균적으로 매월 5억400만원 가량의 월급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자료는 숫자를 잘못 표기한 것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될 실제 예정급여는 1억2697만원이다. 수치가 잘못 인용돼 100배나 뻥튀기 된 것이다. 일부 언론 등에서는 126억원대의 급여가 지급되는 것으로 기사가 나가는 일들이 벌어졌다.
김 의원실은 이같은 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뒤 오류를 확인하고 최초 자료 배포후 30분이 지난 뒤에 126억이 아니라 1억2697만원이라는 정정 자료와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와 유사한 수치 오류는 다른 의원들의 국감 자료에서도 확인됐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국제학교 설립 계획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1조7810억원을 투자해 학생 9000만명을 수용하는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구 60만명 규모의 제주도에 한국 인구의 2배에 가까운 9000만명의 학생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이같은 인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1조7810억원의 예산만으로 이같은 일들이 가능할지 역시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이 자료 역시 9000명의 학생을 9000만명으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9000만명의 학생을 유치하는 내용은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된 상황이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연말정산 개인별 환급규모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환급액 상위 10명의 경우 총 85억원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자료에도 문제가 있었다. 당초 자료를 통해 김 의원실은 연말정산 환급액이 300만원을 넘어선 사람이 207명, 300만원 이상을 낸 사람이 67명이라고 지적을 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300만원 이상을 환급받았던 사람은 20만7000명이었고, 300만원 이상을 추가로 납부한 사람 역시 6만7000명이었다. 1000배의 수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실 역시 최근 5년간 버스와 택시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소개하면서 수치를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범했다. 조 의원실은 표를 통해서는 최근 5년간 버스 음주운전으로 사망자 2명, 부상자 400명 발생했고 택시는 사망자 29명, 부상자 1454명이라고 밝혔지만 자료를 통해서는 버스 음주운전 사망자는 4명, 부상자는 460명으로 택시는 사망 35명, 부상 215명으로 소개했다. 조 의원실은 뒤늦게 표가 맞고 자료가 틀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엉터리 국감 자료가 공개되는 까닭은 일반 정부부처에 비해 국감 자료의 경우 비서관-보좌관-의원, 보좌관-의원 등 결재보고가 단순화돼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 외에도 한 건 터뜨리자는 실적주의와 급하게 쏟아내기 식으로 자료를 생산하는 국호 관행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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