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동갑내기 베토벤의 일생을 연주하다
첼로 이상 엔더스·피아노 김선욱 콘서트
[아시아경제 ]
첼로의 성서(聖書), 바흐의 무반주모음곡은 저 유명한 제1곡(G장조)의 아르페지오로 인해 우리 의식의 수면 아래 잠복한 선율이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파블로 카잘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여기에서 베토벤으로 넘어가는 여정은 험난하다. 음악세계의 신입생이 피아노와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소나타 다섯 곡과 낯을 익히려면 좋은 연주자를 만나야 한다.
베토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베토벤이 창작활동을 한 전 기간에 걸쳐 작곡됐기에 그가 음악가로서 시도한 각종 음악적 실험과 독창적 아이디어, 악기에 대한 통찰 등이 고루 녹아들었다. 베토벤은 첼로를 독주 악기 대열로 끌어올린 작곡가다. 관현악과 협연하는 독주 악기는 손에 꼽는다.
연주자들에게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행위는 순례이자 도전이다. 음반으로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라면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연주한 필립스반(盤)이나 미샤 마이스키-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한 도이치 그라모폰반을 소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토니오 야니그로-외르크 데무스의 뱅가드반을 가장 사랑한다는 강호의 고수도 있다.
이번 주말 첼로 연주자 이상 엔더스와 피아노 연주자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와 변주곡이 우리를 기다린다(29ㆍ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988년에 태어난 스물일곱 동갑내기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는 어떤 맛일까. 매력 넘치는 두 젊은이를 통해 그들이 연주할 음악을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두 사람은 전형적인 천재들로 일찌감치 재능을 꽃피웠다.
이상 엔더스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음악가다. 이상이라는 이름은 한국인 작곡가 윤이상에게서 왔다. 그의 독일인 아버지는 아들 형제 가운데 맏이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줬다. 이상 엔더스는 스무 살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이 됐는데 역대 최연소였다. 그러나 솔리스트로서의 명성은 한 악단의 수석이라는 카테고리를 뛰어넘었다.
김선욱은 아이큐(IQ)가 150을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IQ로 악보를 해부해버리지 않는다. 그는 매우 신중한 연주자며 그의 IQ는 주로 작곡가의 의도를 논리적으로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김선욱은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말하기를 "연주자가 계산하는 순간 관객이 알아차린다. 가슴으로 할 수밖에 없다. 머리를 믿는 순간 실패한다"고 했다.
김선욱은 런던을 근거지 삼아 활발히 활동한다. 독주와 협연뿐 아니라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 피아니스트로 참가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중국인 첼로 연주자 지안왕, 일본인 바이올린 연주자 카미오 마유코와 함께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의 트리오를 연주했다. 9월에는 마크 엘더 앤드 할레 오케스트라와 여섯 차례에 걸쳐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빈체로, 02-599-5743.
허진석 기자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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