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상에 그런 사회는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선악으로만, 양편으로만, 한 가지 목표로만 이뤄진 사회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지극히 순수하며 지극히 단순한 '선악 사회'에서 살듯 단순명쾌한 신념과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단호한 태도로 무장한 이가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세상에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특히 그런 이가 사회를 이끈다면 어떻게 될까.
남북 협상 과정에서 남쪽 당국 측에 흔들림 없이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찬사를 받고 있는 듯하다. 전반적인 남북 관계로 시야를 넓힐 때 과연 그 단호함이 제대로 쓰였는지는 의문인지만, 그럼에도 일정한 평가를 할 수는 있겠다.
다만 한편으론 걱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 같은 단순함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그래서 단호한 지도자가, 혹 단호함이라는 자신의 강점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그래서 '괜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은 간결하고 명료한 것이 좋다. 그러나 메시지의 단순함이 그 메시지를 낳는 사고의 단순함이어서는 안 된다. 복잡한 사유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단순함'으론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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