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부분은 그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홍명보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지만 실패로만 남는 월드컵은 아니다.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했고 미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 많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아시안컵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 참가를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성할 건 반성하고, 잘된 점은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요컨대 '선수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엄중한 의식은 없다는 뜻이다.
안됐지만 여론은 홍명보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유임을 시사한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허정무는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가지고 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 모든 질책은 겸허히 받겠다"고 했지만 여기까지였다. 그는 "감독의 사퇴로 매듭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홍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 팀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사과가 진심이 아니며, 말의 무게중심은 뒤에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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