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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축구와 사람 ⑦] 홍명보의 월드컵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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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는 브라질에서 실패했지만 감독직을 유지할 것 같았다. '엿'이 날아든 날, 그는 거취에 대해 애매하게 말했다. 그는 "월드컵 기간 동안 국민들께서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지만 보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감독으로서 많이 부족했고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거취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좋은 선택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생각을 하고 있고 분명 어려운 결정이다"라는 그의 말은 사퇴를 염두에 둔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임기는 2015년 아시안컵까지였다.

주목할 부분은 그의 '유체이탈' 화법이다. 홍명보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지만 실패로만 남는 월드컵은 아니다.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했고 미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 많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아시안컵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 참가를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성할 건 반성하고, 잘된 점은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요컨대 '선수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엄중한 의식은 없다는 뜻이다.
홍명보의 태도는 '나는 내가 원해서 대표 팀의 감독이 되지 않았으며 어려운 가운데 선수들을 이끌었기 때문에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희망을 반영한다. 그의 태도는 조광래의 후임으로 대표 팀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가 만들어 놓은 혼란을 자신이 수습했으며, 이 과업만도 벅차서 브라질월드컵은 자신에게도 훈련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는 호소를 간직하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고도 경기에 나가기는커녕 몸담을 팀도 찾지 못하던 박주영을 데려가 '의리축구'라는 비판을 자초한 결정도 이해가 필요했을 것이다.

안됐지만 여론은 홍명보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유임을 시사한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허정무는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브라질로 떠났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가지고 와 머리 숙여 깊게 사과한다. 모든 질책은 겸허히 받겠다"고 했지만 여기까지였다. 그는 "감독의 사퇴로 매듭짓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홍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우리 대표 팀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사과가 진심이 아니며, 말의 무게중심은 뒤에 있다고 판단했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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