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허백당'·'예천 희이재사' 민속문화재 지정

안동 허백당 - 전경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경상북도 안동과 예천에 있는 종택이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안동 허백당(安東 虛白當)'과 '예천 희이재사(醴泉 希夷齋舍)'를 중요민속문화재로 21일 지정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84호 '안동 허백당'은 안동 풍산김씨 11세손 허백당 김양진(1467∼1535년)의 종택(宗宅, 종갓집)이다. 1576년(선조 10) 산음현감(山陰縣監)을 지낸 유연당 김대현(1553∼1602년)이 지금의 ‘영감댁(令監宅,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39호)’에서 이곳으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집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고, 현재 종택은 김대현의 아들 김봉조(1571∼1630년)가 다시 지었으며, 서편의 큰 사랑채는 1614년(광해군 6)에 건립했다.

허백당이 있는 마을은 태백산의 지맥(地脈)인 동쪽의 아미산과 서쪽의 도인산, 안산(案山)인 남쪽의 검무산, 배산(背山)인 죽자봉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종택의 대문채를 들어서면 사랑채의 전면에 해당하는 사랑 외부공간이 자리하고, 정침(正寢) 좌측으로 독립된 사랑채 1동이 동향으로 놓여있는 등 배치가 다소 이색적이다. 종택의 중심인 ‘ㅁ’자형 정침은 뒤편에 흙담으로 구획된 여성 가사노동 공간이 자리하고, 우측 편에도 흙담 너머로 방앗간채가 있다. 아울러 북쪽에는 사랑으로 출입하는 협문을 두고 대지 가장 높은 곳에 별도의 사당 영역을 배치하는 등 공간구성이 다양하다. 전체적으로 남녀 공간이 확실히 구분되고 제향공간을 가장 높은 곳에 두어 당시의 유교적 건축배치가 뚜렷하게 반영돼 있다.

에천 희이재사 - 내부 감로루 배면

중요민속문화재 제285호 '예천 희이재사'는 예천 함양 박씨 입향조(入鄕祖)인 박종린(1496∼1553년)의 묘소를 지키기 위한 건물이다. 입향조란 마을에 들어와 맨 처음 터를 잡은 사람 또는 그 조상이다. 이 건물을 17세기 박종린의 손자 희이당(希夷當) 박수겸이 ‘희이정사(希夷精舍)’로 건립했다. 18세기 중반에는 희이정사가 쇠락해 원래 있던 곳에서 동쪽으로 옮겨 지으면서 ‘희이재사’라 했다.

희이재사는 소백산맥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매봉의 한줄기인 형제봉과 매봉의 또 다른 줄기인 오미봉 사이의 희이곡에 자리하고 있다. 남서향으로 건물의 축을 설정해 경사진 대지 위의 전면에 중층의 감로루(感露樓)를 앉히고 뒤편에는 대지를 한 단 높게 조성한 후 일자형 평면의 희이당(希夷堂)을 세웠다. 그리고 희이당 전면 좌측에는 곳간채가, 우측에는 문간채가 놓여 있어 전체적으로 ‘ㅁ’자 형의 배치를 이루고 있다.

재사의 중심건물인 감로루는 당시의 건축수법을 잘 보여주며, 특히 고상식(高床式) 온돌방이 설치된 점 등은 독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시제(時祭) 때는 제수(祭需, 제사음식)를 점검하는 감품(監品), 대를 이을 자손 없이 사망한 사람의 제사를 마을 주민들이 대신 지내는 것인 무후제(無後祭) 의민단(義愍壇) 제사, 묘를 살피는 요성삼주(繞省三周) 등 조상의례와 관련된 독특한 무형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