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리고 앉아/쉬하는 자세가 가장 좋다//멀리서 보면 제 것을 들여다보는 듯,/허나 정말로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쑥이 다 올려다보고 있다//고로 바지보다는 통치마를 입어라 입어보면 안다/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아니 눈 먼 소녀경이던가?
내숭을 떨지 않는 직설에 숨겨놓은 기발한 반전이 웃음을 짓게 한다. 가령, 정말로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쑥이 다 올려다보고 있다는 태없는 묘사의 위력. 시경(詩經)의 쑥 캐는 여인과 뜻밖에 닮아 있음을 느끼는 건 그 원형적인 소박함과 사랑의 나르시시즘 때문일까. 긴장을 확 풀어놓지만, 군더더기는 없다.
비 온 이튿날/고추밭의 잡초 한 떨기를/무심코 뽑아 올렸는데…//손 끝에 물컹 딸려 오는 지구 한 덩이
평범한 일상이 그녀의 손 안에 들어가면 비범해진다. 그 마력은 언어를 부리는 솜씨와 화법의 능청스러움에 있다. 흙 한 덩이에 붙인 우주적인 상상력. 이 종횡무진을 만나는 현기증. 그야말로 불알을 잡힌 기분이 아닌가. 그가 말한 '그의 단 한 명의 독자'가 내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뭉게뭉게 일어난다.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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