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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타]유승민 사태의 본질은 가짜 보수에 대한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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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태의 본질은 가짜 보수에 대한 선전포고

'타타타'는 대중가요 제목으로 잘 알려졌지만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의 이슈를 날선 시각으로 해부한 온라인칼럼 '타타타'를 선보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사진=아시아경제DB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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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국차장]유승민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듯한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법과 원칙에 대한 투쟁의 일환이었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장악을 위한 계파간 주도권 싸움이었을까?
모두 맞는 해석이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전례 없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모습 때문에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가려지긴 했지만 다수의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동시에 부딪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유승민 사태의 근본적인 불씨는 가짜 보수를 몰아내고 진정한 보수를 정립하자는 거대 담론이 담겨져 있다. 그 의미를 들여다보면 ‘핵폭탄’급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을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주류를 자처하는 보수 세력의 무지막지한 역공을 떠올려보자. 노 전 대통령의 방법론도 거칠기는 했지만 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과 전직 대통령의 자살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유승민은 ‘보수 대혁신’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 혁신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왜곡된 보수주의를 타파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수주의를 앞세운 기득권 세력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저항군을 맞닥뜨린 셈이다. ‘보수 대혁신’이 실행되면 기득권 질서가 무너질 수밖에 없어 사활을 건 저항을 선택해야할 일이다.
#유승민의 진정한 보수란?
유승민 의원의 보수주의에 대한 개념은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야당으로부터 “우리나라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는 이례적 칭찬을 받은 연설이다.

지난 4월 8일 당시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 중 주요 내용을 발췌해보자.

▲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 시장 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를 통하여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 새누리당은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습니다.

▲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합니다.

▲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공기업은 지금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더 확실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 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가히 유승민의 개혁적 보수주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기득권을 가진 보수 세력들의 입장에서 보면 ‘뜨악’할만한 수준의 혁명적 발상이다.

결국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갈등은 ‘수구 보수’와 ‘개혁 보수’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전투라 할 수 있다. 그 여파는 어쩌면 ‘수구 보수당’과 ‘개혁 보수당’으로 여권이 둘로 나뉘는 결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분당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는 하지만.

#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보수주의란?
유승민 의원은 왜 개혁적 보수주의를 정치적 화두로 내세웠을까? 그 배경에 대해 복잡한 정치 이론을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진정한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의 발언을 보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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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 보수의 또 다른 적은 극우다. 보수와 극우의 차이는 극우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지지 기반을 중원에서 오른쪽으로 밀고 가면서 정상적인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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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에드먼드 버크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버크는 보수의 자기 쇄신을 강조한 사람이다.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잎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점을 무시한다. 맨날 버크를 인용하지만 핵심을 모른다. 끊임없는 셀프 리뉴얼(자기혁신)을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 하는 사회는 혁명적 상황으로 진입한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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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판적 보수주의자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 우리나라 보수는 (진정한) 보수주의가 아니다. 기득권의 축적(세력)에 불과하다.

표창원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범죄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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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심리학자 표창원(‘보수의 품격’ 저자)
= (보수란) 사를 멀리하고 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과거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용서하고, 고칠 것들을 고치고, 내놓을 것도 내놓아 품격 있는 보수가 되어야 한다.


합리적, 또는 비판적 보수주의자들이 보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수구 꼴통’ ‘극우’ ‘색깔론’ ‘부정부패’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애국’ ‘민족’ ‘안보’ ‘성장’으로 포장한 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 보수를 대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극우’가 마치 전체 보수를 대변하는 듯한 착각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색깔론만 내세우면 정권이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이 무력화되는 대한민국만의 특수한 정치 구도 탓이 크다. 따라서 극우, 수구와 진정한 보수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 박 대통령을 향해 원내대표를 던지는 날까지 ‘법과 원칙’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는 방아쇠를 당긴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보수 대혁신’ 세력의 주장이 먹혀 들어갈 수 있을까? 진정한 보수의 길을 놓고 새누리당의 노선 싸움이 본격화되고 세력화될 수 있을까? 앞으로 두고 볼 관전 포인트다. 박 대통령과 유승민의 격돌은 이제 1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완주 국차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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