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사에서 당청 갈등 또는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일이 발생하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당청갈등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래권력으로 상징되는 차기 대권주자와 현재권력으로 대표되는 대통령간의 갈등의 모양을 띠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짐에 따라 여당은 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한편으로 현정부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현행 헌법체제에서 선출된 5명의 대통령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은 소속 정당을 탈당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향함에 따라 이같은 흐름이 조기에 등장했을 뿐 대부분의 경우에는 임기말에 당청관계가 불거졌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당청갈등은 흐름을 달리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가 아직 한참 남은 3년차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거라 기대를 모았던 인사들이 장관이나 정무특보로 '징집'된 것도 문제였다. 정무수석이라는 공식채널이 부재한 가운데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할 당내 인사들의 대거 차출로 비공식채널 좁혀진 것이다. 인사청문회의 좁은 문을 넘기 위해 정치인들을 대거 내각에 등용한 탓에 당에 친박인사가 남지 않게 된 측면이 강하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계파가 갈리는 상황은 당청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에 대한 입김이 커질 수록 비박측에서는 공천학살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무수석 후속 인사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을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할 중량감 있는 정치인 정무수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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