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나서거나, 낮추거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영스타일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업 전반에 있어 광폭행보를 보이면서도, 경우에 따라 몸을 낮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로 요약된다.
지난달 30일 빠듯한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것이 대표적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의 국내 확산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는 현지 대형 여행사 와 중국국가여유국 및 외교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면담하고 "중국인들의 한국방문과 여행을 장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8시간이 넘는 강행군 끝에 현지 관계자들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제주 신라호텔이 발칵 뒤집혔을 때에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현지 도민과 고객안전을 위해 호텔 폐쇄를 결정하고, 바로 투숙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4월 신라호텔이 국내 최초의 5성급 호텔에 선정됐을 때에도 그는 전례없는 행보를 보였다. 대외적인 공식행사에서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이 사장이 단상에서 호텔신라의 비전과 포부에 대해 직접 설명한 것. 주주총회 의장직을 4년째 수행하며 주주들 앞에 서기도 했지만, 공식선상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발언을 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 사장의 최근 행보가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업 고유의 영역에 있어서는 본인의 입지를 다지고 역할을 수행하는 반면,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 '시내면세점' 이슈에 대해서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나 이부진 사장이 나설 경우, 독과점에 대한 이슈가 오히려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합작파트너를 중심으로 신규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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