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발표 앞둔 고용형태공시제…경영계가 발끈한 6가지 이유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내달 1일 고용형태공시제의 2차 공표를 앞두고 경영계가 공표중단을 정부에 요구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기업 자율적 고용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013년 6월 시행됐으며 올해 7월 1일 두 번째 공표를 앞두고 있다. 공시의무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전 사업주에 부여되며, 정규직(무기계약), 비정규직(기간제), 소속 외 근로자로 구분 공시된다.
지난해 첫 공개 당시 정부는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집계해 기간제 및 파견ㆍ하도급ㆍ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 고용(간접고용) 상위 업체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고용형태공시제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이 제도에 대해 6가지 문제점을 들었다.
◆공시제가 아닌 명단공표제=경총이 먼저 문제삼은 것은 제도의 편법운용이다. 공시제도가 아니라 명단공표제라는 것이다. 2014년 7월 1일 고용형태공시제 시행 결과 최초 공개시 고용노동부는 공식 보도자료와 함께 기간제ㆍ소속 외 근로자의 비율과 인원 기준 상위 10개 업체를 참고자료 형식으로 언론에 배포했다. 이후 기간제ㆍ소속 외 근로자를 다수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비난의 대상이 됐고 대외적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특히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대다수가 하도급 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로, 높은 고용안정성과 근로조건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비정규직과 같이 '질 낮은 일자리'로 오인됐다. 경총은 "명단공표제도는 법 위반이 있을 경우 이를 공개함으로써 법상의 의무이행을 확보하거나 범죄행위를 제재하는 수단"이라면서 "그러나 고용형태공시제와 관련한 법률, 규정 등에 어떠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최근 결과 발표 시 기업명단을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선진국보다 넓은 공시범위=경총은 이어 공시범위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고용현황을 공시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기업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공시하거나 법적으로 강제할 경우 그 범위를 최소화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법률로 고용현황 공시를 강제하지 않으며, 기업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 기반하여 고용 관련 현황을 공개한다. 프랑스의 경우 법률로 고용정보 공시가 의무화 되어 있으나, 총 고용인원ㆍ성별ㆍ연령별 현황 등에 그치고 있다.
이에 견줘 현행 공시제는 공시항목에 고용형태가 아니라 기업 간 계약관계인 '소속 외 근로자'까지 함께 공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소속 외 근로자'에는 파견, 용역, 도급 계약에 의한 근로자가 포함된다. 경총은 "기업 간 계약형태에 따른 근로자까지 공시토록 한 정부의 시행규칙은 모법에서 공시를 규정한 '고용형태'를 넘어서고 있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총은 특히 "모든 노동관계법령, 정부지침 상의 '고용관계, 근로관계'는 '사업주가 채용한 근로자'만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에도 공시제의 경우 시행규칙에서만 사내하도급을 고용형태의 한 유형으로 의제하여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B2B 소속 2중 3중 집계=경총은 기업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근로자가 기업 간 분업 또는 계약관계 등에 따라 '소속 외 근로자'로 중복 집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시제 규정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ㆍ자동화 시스템 구축ㆍ산업용 특수장비 및 건물 설치ㆍIT설비 구축ㆍ보안솔루션 업체 등 일부 기업간거래(B2B) 기업 근로자들은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사에 의해 '소속 외 근로자'로 중복 공시된다. 기업을 고객으로 하고 있는 이들 사업체 소속 근로자의 상당수는 다수 고객사에 의해 2중~3중으로 집계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경총은 "기업 간 계약을 통한 사내하도급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 육성의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적극 권장된 바 있다"면서 "그러나 공시제는 기업간 계약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들을 '소속 외 근로자'로 중복 집계하고 여론의 비판 대상에 포함, 마치 없어져야 할 일자리인 것처럼 오인토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간 협력 저해=경총은 고용형태공시제가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점과 함께 ▲기업 간 협력 및 신(新) 산업분야 발전을 저해하고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용형태공시제로 인해 인력활용이 제한된다면, 이는 고용구조 개선이 아니라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내하도급을 기업 간 협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 신산업분야 및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용형태공시제는 이를 '나쁜 일자리'로 오인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사내하도급의 의미를 '비용 절감'에만 두고 지속적으로 규제한다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과 같이 산업별 전문화와 기능적 융합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및 국가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다.
기업간 분업화 및 전문화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사내하도급을 원청업체가 흡수ㆍ합병해 직접고용하기를 강요하고 있어 전세계적인 산업 변화 흐름과 동반성장 기조에 역행한다고 경총은 덧붙였다.
◆韓경쟁업체 폭스바겐,도요타 등도 활용=한국 주력산업의 경쟁업체인 폭스바겐, 도요타, 애플, 나이키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은 사내도급, 아웃소싱 등 다양한 생산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고용형태에 대한 법적 규제는 상당히 강한 편에 속하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간제 근로는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파견 근로는 기간제와 동일한 2년의 사용기간과 함께 사용 사유(32개 업종만 허용)까지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기간제 및 파견 근로에 있어 사용 기간ㆍ사유 제한이 전혀 없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우리 기업들만 생산방식에 제약을 받음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것으로 경총은 우려했다.
◆고용구조개선 이어지지 않을 것=고용형태공시제의 시스템은 고용현황의 대외 공개를 통해 '기간제, 소속 외 근로자' 다수 활용 기업을 여론을 통해 압박하고 이를 통해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용구조의 개선이란 '기간제, 소속 외 근로자' 등 다른 고용형태 및 생산방식을 '직접고용 무기계약'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계는 그러나 당초 제도의 도입 의도와는 달리 고용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며, 경제수준에 비해 과도한 정규직 고용보호, 높은 임금수준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경직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라는 게 경영계의 설명이다.
경총은 "높은 수준의 정규직 고용보호와 임금은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범국가적ㆍ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시제로 압박을 받은 기업들은 해당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해도 전환 이후 근로자의 고용보호와 임금수준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단기적 해결책인 감원, 계약해지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ㆍ고령자 등 취약 근로계층이 '기간제, 소속 외 근로자'에 다수 분포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축소는 주로 동 계층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총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고용형태공시제를 도입, 고용유연화의 세계적 흐름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다양한 인력활용 제한은 기업 경쟁력 하락, 성장 약화,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경총은 고용형태 공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내년부터 소속 외 근로자를 공시항목에서 제외하고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을 중점규제로 관리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