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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숨비소리…우리는 '제주해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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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 4415명뿐…60%가 70대 이상
해녀학교 개교…유네스코 등재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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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검은 고무 옷을 입은 해녀들이 바다 위로 올라와 가쁜 숨을 내뱉을 때마다, '호오이 호오이' 가느다란 휘파람소리가 해안가에 흩어진다. 숨을 참고 참다 내뱉는 '숨비소리'다. 경력 30년이 넘은 제주해녀 강애심씨는 "내 나이 32세에 시어머니께 끌려나와 울면서 물질을 배웠다"며 "이제는 바다가 친정엄마"라고 미소 지었다.

차가운 바닷물에 억지로 뛰어들었던 것은 오로지 배 곪는 자식 때문이었다. 서러움을 꾹꾹 눌러 숨비소리에 함께 뱉곤 했던 날들이 하루, 이틀…. 어느덧 강씨는 해녀 중에서도 기량이 높다는 '상군'해녀가 됐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계속 물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제주해녀는 4415명이다. 이 가운데 70대 이상이 무려 60%다. 30대 미만은 0.2%에 불과하다. 물질을 배우는 사람이 줄며 제주해녀도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강권영 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965년만 해도 2만3000여명을 넘었으나 1975년 8400명, 2014년 4415명"이라며 "제주해녀가 사라지면 물질 기술과 바다에 대한 지식, 그들의 합리적인 공동체 운영에 대한 지혜도 영원히 사라진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해녀 강애심(법환좀녀마을 교장)

해녀 강애심(법환좀녀마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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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라져가는 제주 해녀문화를 전승하고 해녀를 전문직업화 하기 위해 서귀포시는 지난 5월 해녀학교 '법환좀녀마을'을 열었다. 단순 체험이 아닌, 전문해녀 양성을 위한 해녀학교는 이곳이 최초다. 1기생 30명은 이달부터 10주 과정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베테랑 해녀 1명 당 5명씩 맡아 물질과 해조류 채취방법, 건조방법 등을 가르친다.

양홍식 서귀포시 해양수산과장은 "10주간 수업을 받은 후 어촌계로 가 일대일로 해녀에게 6개월간 배우게 된다"며 "이후 해당 어촌계에 가입해 전문해녀가 될 수 있도록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1기생 30명 가운데 절반은 제주도에 이주한 지 3년이 채 안된 정착주민(9명)과 도외거주자(6명)다. 서울출신인 박은실씨(32ㆍ여)는 "제주도에 연고 없이 혼자 내려왔다"며 "졸업 후 어촌계에 가입이 된다면 생업으로 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으로 인해 수업이 취소된 지난 13일 주말에도 연습을 위해 홀로 바다에 들어갔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30명 가운데 5명 내외는 직업해녀로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녀들의 연 평균 수입은 1800만원 안팎으로 특상군의 경우 5000만원까지도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주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접수했고 내년 11월 심사결과가 발표된다. 확정 시 아리랑, 김치에 이어 우리나라의 18번째 세계무형문화유산이 된다. 강 연구사는 "생태계와의 공존, 공동체의 삶 등 제주해녀의 보전가치가 높은 만큼 90%이상 등재될 것으로 본다"며 "해녀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자발적 귀어 등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아마(ぁまㆍ일본 해녀)와의 등재 경쟁도 눈길을 끈다. 다만 일본 아마는 상대적으로 바다가 잔잔한 5~9월만 작업하고 배 위의 남성이 줄을 끌어올려주는 도움이 필요한데 반해, 제주해녀는 사시사철 홀로 바다에 뛰어든다.



서귀포(제주)=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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