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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창간 27주년] 우린 왜 신뢰언론을 주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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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절벽' 위기의 대한민국號…미래를 향한 성장 엔진은 '信'

2025년 6월15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아시아경제는 무엇이 돼 있을까. 어떤 언론으로 독자들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을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불쑥 꺼내든 것은 바로 그 대답이 아시아경제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대답의 실마리가 오늘에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는 감히 선언한다. 10년 뒤 우리는 대한민국 언론의 리더가 될 것이다. 언론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 대통합과 번영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 정의와 상식의 역사를 올곧게 지켜가면서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는 용기와 기백을 드높일 것이다.

단언컨대 앞으로 10년은 지난 100년의 압축판이 될 언론의 격변기임에 틀림없다. 아시아경제는 과감하고 유연하면서도 독창적인 저널리즘으로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굳게 보듬고 지켜나갈 가치로 '믿을 신(信)'을 제언한다. 시작도 신(信)이고 끝도 신(信)이다.

왜 신(信)인가. 첫째, 독자의 신뢰만이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의 뉴스와 정보가 지녀야 가장 큰 미덕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 기자들의 분투와 열정과 도전은 구성원간의 신뢰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가 상장(上場)의 대도약을 실천하게 된 것도 언론에 대한 신뢰를 디딤돌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뢰란 무엇인가. 스탠퍼드대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책 <트러스트(Trust)>에서 "신뢰야말로 부(富)를 창출하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설파했다.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믿음은 분업과 협동을 가능케 한다. 믿음이 유통되는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 개혁과 혁신의 에너지가 더욱더 응축돼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선진국이 된다는 것을 '고(高) 신뢰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리더십 컨설턴트 스티븐 M R 코비의 메시지는 보다 강렬하다. 그는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신뢰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올라가고 비용은 내려가는 반면 신뢰가 떨어지면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은 올라간다는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호는 어떤가. 1년전 세월호와 지금의 메르스 사태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국가 지도력과 정치력이 신뢰를 잃었을 때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참담하리만큼 증폭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어디 국가 권력 뿐인가. 정치권이나 기업, 개인도 믿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상실한다. 과연 우리의 현재 모습은 '신뢰의 절벽'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신뢰의 가치를 증언한다. 중국의 통일왕조 한제국을 세운 유방은 미천한 신분인데도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얻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신뢰받지 못한 권력의 참혹한 종말을 각인시킨다. 고대 로마제국도, 프랑스 부르봉왕조도 그 쇠망의 시작은 서로간의 불신이었다.

신뢰는 기업의 흥망성쇠도 가른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독극물이 들어간 존슨앤존슨(J&J)의 타이레놀을 복용한 7명의 주민들이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벼랑 끝에 몰린 존슨앤존슨의 대응은 신속했고 솔직했고 투명했다. 곤두박질친 시장 점유율은 이내 회복됐고 '신뢰의 기업'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또한 독일은 2002년 '하르츠 개혁'으로 불리는 노사 대타협으로 2000년대 초반 10%대에 달했던 실업률이 4%로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독일 노사가 서로를 불신했다면. 존슨앤존스가 무책임했다면. '신뢰'라는 기적의 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공자도 '신'을 말했다. "정치를 하는 데는 세가지 조건이 있다. 식량과 군사력 그리고 믿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신)이란 보이지 않는 힘이다."

이제 우리는 '구호뿐인 신뢰'를 거둬들이고 '실천하는 신뢰'의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한 경제를 되살리고 사회 공동체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개혁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뼈저린 자기파괴 없이는 공허한 일이다. 여야갈등, 세대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등으로 뒤엉킨 대한민국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를 결집시키는 진정성과, 권위와 가식을 내려놓고 진실로 소통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견인하는 엔진은 다름아닌 신뢰다.

아시아경제는 오늘 '신(信)'의 언론을 천명한다.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분골쇄신할 것이다. 독자, 취재원, 주주와의 신뢰를 목숨처럼 여기면서 정직하고 열정적이며 선제적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것이다. '대한민국 신뢰사회' 확립에 앞장설 것이다. 오늘이 미래이며, 아시아경제가 미래인이다. 우리는 이제 그 장대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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