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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메르스 창궐, 정말 안심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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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건설사회부장

소민호 건설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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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가 왜 이렇게 악화됐나.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보건당국의 초동대처 실패다. 감염 확진이 판정되며 세간의 눈길을 모은 지 20일째를 맞았으나 날이 갈수록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격리된 사람만 2500명을 넘어섰다. 이에 국민적 패닉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초동대처도 제대로 못한 마당에 어떻게 해야 추가 확산을 막을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결과다.

선진국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벌써 19년이라는 데 민망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모든 사태의 초동조치 철저" 맹세는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그때 모든 재난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겠다며 정부 조직까지 대대적으로 바꿨다. 대통령은 작년 5월2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초기대응을 철저히 하면서 보고라인도 제대로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저간의 사태는 최고 수반의 언급을 무색하게 한다.
그렇다면 질병관리를 책임진 보건당국은 왜 그렇게 허둥댔을까. 중동에서나 유행한다는 질병 하나를 통제하지 못한 실수는 어떻게 일어났을까.

지난 주말 의외로 한산한 거리를 보면서, 또 적막하다시피 한 쇼핑센터와 영화관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우리는 지금 1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보다 더 처참한 경제현장을 실감하는 중이다. 서민들은 곳곳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오가는 이가 없으니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이어가기조차 막막하다고 아우성친다.

그러던 중 고위 관료 출신의 말이 기억났다. "어떤 사태가 터졌을 때 이를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은 공무원"이란 것이다. 바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국민이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으며 사태를 진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공무원은 항상 가장 늦게 알게 돼 있다는 것이다. 거의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사실 관료 조직에서는 최고위층이 먼저 어떤 징후를 인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고에 보고를 거쳐야 최고위층은 내용을 파악한다. 그런데 맨 처음 공무원이 특정 사실을 접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보고를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합치고, 다시 몇 단계의 보고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답은 명료해진다. 질병은 빠르게 확산되는데 대처는 뒤늦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내로라하는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충분히 받으면서 그 내부에도 전문가들이 잔뜩 포진해 있으면서도 그런 이해 못할 초기대응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관료'라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업무 지휘체계가 분명하고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하는 관료조직은 빠르게 빈틈없는 일처리를 하는 데는 장점이 있지만 리더의 능력에 따라 업무효율이나 성과에 크게 차이가 난다.

사실 관료화된 조직의 평균적 업무효율은 대체적으로 낮다. 게다가 멀티태스킹에 약하다. 관료들에게 주어진 숙제들이 많을수록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당국이 연금개혁에 몰두하다 국민의 안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메르스 사태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했다는 지적과도 맥이 통한다.

그럼에도 공무원집단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끌어오고 지탱해 온 것은 그만큼 훌륭한 자원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원들이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경직된 관료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 정부부처 재편, 사회부총리 신설, 대응조직 창설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교훈을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나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목도하고 있다. 현장을 도외시한 채 탁자에 앉아만 있는 것. 한 번 가진 사시(斜視)를 고수하는 것. 잘못된 결과를 두고 '아랫것'만 탓하는 것. 이 세 가지를 개선해야 관료조직의 폐해는 개선될 수 있다.





소민호 건설사회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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