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르네상스 시대 ③ 에버랜드는 가라 - 신개념 놀이산업 등장

오큘러스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헨리' (출처 = 오큘러스)

오큘러스가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헨리' (출처 = 오큘러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기 고슴도치 헨리가 한 살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생일 파티에 초대된 토끼는 헨리가 반가워 포옹하려고 하자 선물을 내던지고 도망친다. 가시에 찔릴까 두려워서다. 포옹을 좋아하는 헨리는 시무룩해진다. 혼자서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는 헨리를 어떻게 위로해줄까.


미국의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 전문업체 오큘러스는 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단편 애니메이션 '헨리'의 티저영상을 공개했다. 자사 콘텐츠 제작팀인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가 만든 '헨리'는 온몸에 가시가 돋힌 고슴도치라도 가상세계 속에선 얼마든지 꼭 껴안아 줄 수 있다는 발상에서 기획됐다. 현실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VR의 강점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VR 콘텐츠는 이같은 강점을 무기로 다양한 문화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임 분야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성인콘텐츠, 공연까지 진출했다. 영국의 VR 전문 컨설팅업체 KZero는 VR 시장규모가 올해 23억달러에서 2018년 52억달러로 두배 이상 성장하며 하드웨어보다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의 성장률이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더보이드'의 콘셉트 영상. (출처 = 더보이드)

가상현실(VR) 테마파크 '더보이드'의 콘셉트 영상. (출처 = 더보이드)

원본보기 아이콘

VR 테마파크는 관련기술을 이용한 콘텐츠가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에서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벤처 더보이드(TheVoid)는 지난 4월 VR 기술을 응용한 동명의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곳은 '빈 공간(void)'이라는 말 그대로 겉으로 보기엔 텅빈 폐건물로 보인다. 너비 18m의 네모난 방 곳곳에는 둥근 기둥과 천정에서 늘어뜨린 천조각들, 이따금 쉭쉭 김을 뿜어내는 기계장치가 널려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방문자가 '랩쳐 VR'라는 헤드셋을 쓰는 순간 이곳은 순식간에 별천지로 바뀐다. 기둥은 거대한 나무로, 천조각은 거미줄로, 김을 뿜는 기계장치는 거대한 괴물로 돌변한다. 방문자는 테마파크 안을 걸어다니며 헤드셋에 투사된 영상 속 사물을 실제로 만지고 냄새맡고 기구에 타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판타지 세계, 공룡 사파리, 외계인과의 전투, 미래 전쟁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선택가능하다.


더보이드의 최고경영자(CEO) 켄 브렛슈나이더는 자신의 돈 1300만달러와 함께 더많은 투자금을 유치해 테마파크를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30분정도 즐기는데 29~39달러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소니의 VR 기기'프로젝트 모피어스'용 게임 '섬머레슨' (출처 = 유튜브)

소니의 VR 기기'프로젝트 모피어스'용 게임 '섬머레슨' (출처 = 유튜브)

원본보기 아이콘

더보이드가 함께 즐기는 VR콘텐츠라면 보다 은밀하고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성인 콘텐츠도 있다. 국내 VR 얼리어답터들의 최근 화두는 단연 '우동'이다. '우동'은 VR포르노를 뜻하는 은어로 포털 검색시 정보가 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VR 우동' 등의 검색어를 이용하면 성인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동'을 보는 요령은 간단하다. 원본 영상과 특수효과를 내는 파일을 스마트폰에 저장한 후 기어VR이나 구글 카드보드 등 VR 기기를 연결하면 된다. 현재 국내서 전파되는 영상 대부분이 한 유럽 회사가 제작한 3~4기가짜리 20분 내외 영상이다. 여성(혹은 남성)의 연기를 1인칭 시점에서 보는 것인데 "배우가 눈앞에 만져질듯 하다", "현장감이 굉장하다"는 감상 후기가 잇따른다. 몇몇 영상은 '바이노럴'이라는 입체음향 기술로 녹음돼 옷이 바스락대거나 귓속에 숨을 불어넣는 소리가 놀랄 만큼 생생하게 재현된다.


'우동'과 비슷한 콘셉트를 채용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도 곧 선을 보인다. 소니가 내년에 선보이는 VR 기기 프로젝트 모피어스용 게임 '섬머레슨'은 플레이어가 여고생 방에서 과외 교습을 한다는 내용이다.

AD

포브(Fove)의 장애아동을 위한 피아노 공연 프로젝트 (출처 = 포브 홈페이지)

포브(Fove)의 장애아동을 위한 피아노 공연 프로젝트 (출처 = 포브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VR은 자극적인 즐거움 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람의 눈 움직임으로 제어하는 VR기기를 만드는 벤처회사 '포브(Fove)'는 지난해 일본의 츠바카 특수교육대학과 손잡고 몸이 불편한 어린이가 눈 움직임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공연을 열어 학부모들의 갈채를 받았다.


한편 이같은 VR 콘텐츠의 성장에 맞춰 글로벌 기업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VR 콘텐츠를 보다 친근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삼성전자는 올초 영화 어벤져스의 VR 특별영상을 제작한데 이어 이번달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쥬라기 공원'의 VR 영상도 내놓을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액션캠 제조업체 고프로는 개인이 직접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카메라와 드론을 곧 선보인다. 페이스북이 20억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는 내년 1분기 상용화 버전이 출시되면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 '헨리'를 무료 콘텐츠로 제공할 예정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