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저축은행의 본명은 '상호신용금고'다. 2002년 3월1일 이름을 바꿨다.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은행으로 명칭을 개정했다.


저축은행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금융기관이다.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이 필요해지면서 생겼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금융정책은 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외국자본을 도입해 중공업 기업이나 사회간접 시설을 건설하는 정책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위한 금융은 사실상 전무했고, 그들은 전당포나 사채 시장에 의존했다. 사금융시장은 당시 통화량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에 정부는 1972년 8·3 긴급경제조치로 기업에는 경제적 특혜를 주는 동시에 사금융은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흡수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이때 저축은행 전신인 상호신용금고가 탄생했다.

저축은행법 제1조를 보면 상호저축은행은 '건전한 운영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거래자를 보호하며 신용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업무는 저축은행법 제11조에 따라 예금·적금의 수입업무, 대출 업무, 내·외국환 업무, 수납·지급대행 업무, 금융위 인가를 받은 투자중개업, 투자매매업·신탁업,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할부금융법 등이다. 현재 시중은행과 업무가 비슷하지만 당시 정부는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은행의 파트너로서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을 담당토록 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은 금융거래 고객이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었던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은 강력한 규제와 구조조정에 따라 그 수가 급감했다. 70년대 말 350개로 시작했던 저축은행은 90년대말 237개로 줄었다. 규제로 인해 저축은행 서민금융 관련 지원이 위축되자 2000년대 들어 금융당국은 우량저축은행에 한해 여신전문출장소 설치를 허용하고 유가증권 투자 한도 완화 등 정책을 시행한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본연의 업무를 외면하고 2008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같은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PF는 '브릿지론'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시행회사가 저축은행으로부터 토지매입대금 등을 용도로 단기간 사용한 후 해당 사업장에 대한 인·허가나 사업승인을 받으면 은행으로부터 PF 대출을 받아 대출을 상환하는 상품이었다. 위험도만큼 금리도 높았다. 저축은행들은 개인소액신용대출을 감소시키고 PF 투자를 기형적으로 늘렸다. 당시 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운영하는 곳이 많았으며 저축은행 간 대출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폐쇄적인 소유구조 탓에 감독기관의 감시가 어려웠다.


PF 대출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고위험 상품으로 한 건의 부실로도 저축은행에 타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동산 경기는 급속하게 악화됐고 결국 저축은행 PF대출 부실로 솔로몬·토마토저축은행 등 2011년과 2012년, 2년에 걸쳐 부실저축은행 25곳이 영업정지 철퇴를 맞는 등 쇠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 남은 저축은행은 79곳. 저축은행들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기 위해 서민금융을 강화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들이 이미 빠른 대출을 콘셉트로 발을 들여 놓은 데다 최근 은행들도 먹거리를 찾아 중소기업 대출까지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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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축은행들은 PF 등 무리한 대출로 제 무덤을 스스로 팠다. 해외 저축은행 사례를 보면 본연의 서민금융 업무에만 집중하면서 성장한 곳들이 많다. 일본, 독일, 스페인, 미국에도 우리나라 저축은행과 같은 저축은행들이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가장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양호한 경영성과와 총자산 증가율과 여신증가율 또한 안정적이고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저축은행은 우수한 지배구조와 감독당국의 철저한 관리 아래 발생 이익의 10%를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 기부하고 이를 사회복지사업과 지역개발사업에 활용한다. 지역밀착 경영 기반으로 평생 고객개념으로 고객에 맞는 금융상품을 개발해 맞춤형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에 대한 소양과 자질향상을 위한 우수한 교육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서민과 영세기업에 원활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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