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제머리 깎았는데…李금리님, 한국은요?

중국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출처: bloomberg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가 최근 6개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고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두 차례 낮추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의 의지가 힘 빠진 경제를 회복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금리 인하에 우리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송위 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발표와 관련 "중국 정부가 단기간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이 맘 때에도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려냈다"고 설명했다.

JP모건의 그레이스 응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가 지난해와 비슷한 방법으로 경기부양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재정ㆍ통화정책 완화가 향후 수개월 안에 경제를 살리는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교통(交通)은행의 리안핑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 경제가 7~7.2%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를 비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가 확인된 만큼 실물경제 회복이 부진할 경우 추가적인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쉬가오 중국 광다(光大)증권 분석가는 블룸버그에 "중국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기준금리 인하 폭 0.25%포인트는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한은은 지난 3월 사상 최저수준인 연 1.75%까지 기준금리를 내린 상황이어서 추가 인하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태국 호주에 이어 중국이 정책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하면서 환율 전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중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우리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의 금리 인하로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게 된다.

결국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미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폰 및 부품, 조선 등의 중국 제품과의 수출 경합도는 각각 0.845, 0.558 등을 보였다.

수출경합도는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계량화해 특정시장에서 양국간의 경쟁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을 뜻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가 개설될 조짐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호주 중국 등이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여전히 리스크한 상황이므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반면 중국의 금리 인하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한 환율전쟁 가세라는 측면보다는 경기부양 차원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번 금통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위안화 약세 등의 우려는 적은 편"이라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재료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