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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시민보다 많았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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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유가족들이 연행되고 있습니다."

18일 오후 열린 세월호 1년 범국민대회는 고 김혜선 양 어머니의 절규로 급작스레 중단됐다. 광화문광장 옆 차도에서 경찰이 유가족을 연행해갔다는 소식에 시청광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경찰은 자체 추산한 대회 참가인원 1만명보다도 많은 경찰력을 동원해 이들을 막았다.
시민들은 '시행령 폐기' 등의 구호를 외치는 정도였다. 하지만 1만3700명의 경찰과 470대의 버스로 이중, 삼중 에워싸고 시청 앞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가는 길마저 막아나서자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차벽'을 피해 종로3가까지 돌아 안국역으로 진출했으나 다시 차벽에 막히는 등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강경한 차벽과 경찰의 방패막이에 드나들 틈조차 없었다. 생리현상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았다. 캐리어를 든 한 시민이 "박근혜 찍었다, 집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밤이 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한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맨몸으로 차벽을 밀다 물병을 던지고, 버스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차분하게 304명의 희생자 원혼을 달래려 했던, 진상규명을 촉구하려던 자리는 의도와 전혀 달라져버린 것이다. 굳건한 통제 속에서 살풍경 만이 넘쳐났다. 경찰이 집회 참여자들을 사회와 격리하려고만 하는 것인지, 이들과 소통하면서 보호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 찍힌 일부 참여자들의 성난 목소리와 과격한 행동 만이 부각되면서 희생자 유가족과 참여자들의 목소리는 묻혔다. 캡사이신을 맞은 유가족이 눈을 부비며 "우리가 가해자냐, 피해자냐"며 오열했다. 또다시 피멍든 유가족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것인지 답을 찾기 어려운 날이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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