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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국민을 지키는데도, 위로하는데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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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지난 1년 국회는 무엇을 했나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해 봄을 지나 여름, 가을에 걸쳐 국회 잔디 광장에서는 노란색 종이배와, 바람개비가 놓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추모하며 도보로 안산에서 국회로 걸어온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위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경찰에 가로막힌 채 국회로 들어오지 못했다. 국회는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지 않았다. 종이배는 계절이 바뀜에 따라 빛깔을 잃고 비와 바람 속에 무너져 흔적없이 사라졌고, 바람개비 역시 꺾이고 부서지며 자취를 감췄다.

국회 의사당 본관 앞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피켓을 든 채 낮과 밤을 지샜다. 끼니를 걸러가며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호소했지만 응답을 듣기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 역시 모든 일들이 쉽지 않았다.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열어달라며 국회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호소하고 울었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한 채 끝났다. 유족이 처음 국회를 방문했을 때에는 모든 이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았지만 계절이 두 번 바뀔때 쯤 '전기를 끊겠다', '화장실은 먼 곳으로 돌아가라' 등 차가운 냉대를 받아야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얻게 된 교훈이 있다. 첫째는 국가는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향한 공감의 눈빛이 차가운 냉대로 변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또 다른 교훈은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어떠한 일도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정조사에서부터 세월호 특별법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채 이뤄진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유족측의 양해와 이해를 구하면서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고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유족들의 탄식은 멈추지 않았다. 유족과 진상조사위원회는 정부에서 마련한 시행령이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힐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진실규명을 위한 관련법은 논란의 대상일 뿐이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위기를 미연에 막는데 그 역할이 있다. 하지만 위기를 막는데 실패했다면 상처입은 국민들을 위로하는 것 역시 본연의 임무다. 지난 1년 우리 정치는 제 역할을 했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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