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지난 1년 국회는 무엇을 했나
국회 의사당 본관 앞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피켓을 든 채 낮과 밤을 지샜다. 끼니를 걸러가며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호소했지만 응답을 듣기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 역시 모든 일들이 쉽지 않았다.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열어달라며 국회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호소하고 울었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한 채 끝났다. 유족이 처음 국회를 방문했을 때에는 모든 이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았지만 계절이 두 번 바뀔때 쯤 '전기를 끊겠다', '화장실은 먼 곳으로 돌아가라' 등 차가운 냉대를 받아야 했다.
또 다른 교훈은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어떠한 일도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정조사에서부터 세월호 특별법 본회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채 이뤄진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유족측의 양해와 이해를 구하면서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되고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유족들의 탄식은 멈추지 않았다. 유족과 진상조사위원회는 정부에서 마련한 시행령이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힐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진실규명을 위한 관련법은 논란의 대상일 뿐이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위기를 미연에 막는데 그 역할이 있다. 하지만 위기를 막는데 실패했다면 상처입은 국민들을 위로하는 것 역시 본연의 임무다. 지난 1년 우리 정치는 제 역할을 했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