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우리나라가 해방이후에 일제시대에 협력했던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줬고, 독재정권 시절 협력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줬어요. 더욱이 이들은 새로운 정부에서 중요한 위치까지 맡은 경우가 많구요. 이렇게 되면 이 땅에서 자라난 세대들이 무엇을 볼까요. 불의에 눈감고 항거하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서기호 정의당 의원

서기호 정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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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만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얼굴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7일 박상옥 대법관 인사청문회 이후 야당은 추가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더 이상 청문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완강히 반대하고 있으니까, 결국 국회의장의 선택에 달려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의장이 직권으로 부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영철 전 대법관 후임으로 박 후보자를 추천한 뒤 서 의원이 가장 먼저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가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직후 서 의원은 "박 후보자는 당시 담당검사로서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해 헌법이 보장하는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반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기 전부터 박 대법관이 태도와 자질 모든 면에서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후보자의 법관으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는 "최초 1차 수사 때부터 수사 은폐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추가 공범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봤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 노력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무능했다는 것이다. 이어 "추가 공범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인했음에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윗선의 지시를 막연히 기다렸다"며 "이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여야간의 커다른 인식의 차이가 확인됐다고 했다. 서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검사의 일원이었다면 그 자체만으로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나 후보는 다 지나간 일이고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후보자와 여당은 대법관을 명예로운 자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법관이라는 자리는 국민입장에서는 최종심을 담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박 후보가 대법관이 될 경우 법원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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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의원은 이번에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추천하는 방식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정하지만 실제로는 법원규칙 등을 통해 대법원장이 추천위에서 심사할 대상자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대법관 후보자 심사대상자 천거 절차를 개방할 것과 추천위원회 구성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할 경우 본회의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 지도부와 충분히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앞서 정의당은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 당시 절차의 문제를 들어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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