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안진회계법인에 감사보수로 총 9억원 지급, 감사보수를 자발적으로 전년 2억8000만원 대비 3배 이상 인상했다. 현대카드는 2009년 1억7500만원, 2011년 2억2000만원, 2013년 2억8000원을 지급하며 매년 감사보수를 꾸준히 올려왔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감사보수로 3억8650만원을 지급했다. 전년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지급했지만, 투입시간은 6860시간에서 6413시간으로 되레 줄었다. 대한항공은 2~3년 단위로 회계법인을 교체하면서 감사보수를 낮춰왔다.
2009년 한영회계법인에 5억원, 2012년 삼정회계법인에 4억1000만원, 2014년 안진회계법인에 3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총 감사 투입시간도 꾸준히 줄어 2011년 8599시간에서 지난해 6413시간으로 25% 이상 쪼그라들었다.
두 회사는 회계학계에서 외부감사에 대한 상장사들의 극명한 시각차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투명경영ㆍ주주가치에 대한 경영진의 마인드 차이가 감사보수 차이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해 초 경영진 회의석상에서 감사를 투명하게 받으려면 적정한 감사보수를 제공하는게 맞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감사보수와 투입시간을 파격적으로 늘린 데에는 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회계업계의 해석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보수를 9만5000원으로 자발적으로 인상한 회사와 6만원으로 깎은 회사가 동일한 회계품질을 제공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감사보수를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입찰관행을 이용해 가격 후려치기를 하느냐, 회계투명성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하는냐 하는 인식의 차이가 보수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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