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1. 거지반 집께 다 내려와서 나는 호들기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늘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렸다. 그 틈에 끼어 앉아서 점순이가 청승맞게스리 호들기를 불고 있는 것이다.


#2.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리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김유정(1908~1937)의 단편 ‘동백꽃’의 두 장면이다.


산과 들에 알싸한 동백꽃이 피어나며 단편 ‘동백꽃’을 떠올리게 하는 계절이다.

구례 산수유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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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점순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면서 봄과 함께 피어나는 동백꽃은 빨갛지 않고 노랗다. 이 소설의 동백은 붉은 동백이 아니라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생강나무의 까만 열매로 기름을 짜는데 그 기름은 동백 기름처럼 부인들이 머릿기름으로 썼다. 날씨가 추워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 지방에서는 그래서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 ‘개동백나무’ ‘동박나무’라고 불렀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동박나무’라고도 했다.


생강나무는 잎과 새로 난 가지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생강나무와 꽃이 비슷한 나무가 산수유다. 두 꽃은 멀리서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산수유 꽃의 꽃대가 더 길다. 생강나무는 꽃대가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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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는 대개 숲속에서 자연적으로 자란다. 그래서 산에 있으면 생강나무, 도시나 마을 근처에 심어진 나무는 산수유라고 보면 된다.


(자료)
박상진 ‘궁궐의 우리 나무’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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