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4시간 자면 충분' 에디슨 말 믿지마!…'나이트 스쿨'
'괴짜심리학'의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의 신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액슨사의 발데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2003년 일본 신칸센 열차 사고. 이 사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담당자의 수면 부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면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증가, 면역기능 손상, 판단력 저하 등의 위험 증상이 뒤따른다. 수면이 부족한 개개인들이 모인 '잠 못 드는 사회'는 그만큼 각종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인생에서 네 시간 이상 자는 것은 사치"라는 토머스 에디슨의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전작 '괴짜 심리학'에서 거짓말, 속임수, 미신 등 주류 심리학계에서 외면했던 독특한 주제를 다뤄 큰 인기를 얻었던 리처드 와이즈먼(48)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 교수가 이번에 연구한 주제는 '잠'이다. 와이즈먼 교수는 "그동안 자기계발은 사람들의 깨어있는 동안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번 '나이트 스쿨'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하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잠들어 있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공언한다. 양질의 수면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행복하고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그의 주장을 한 번 쫓아가보자.
먼저 잠에 대한 간단한 진실과 거짓부터 판별해보자. ①잠잘 때는 뇌의 스위치를 끈 셈이다 ②잠을 덜 자고도 일을 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③낮잠은 게으름의 징표다 ④코골이는 성가시지만 아무런 해가 없다 ⑤꿈이란 무의미한 생각과 이미지들로 이뤄져 있다 ⑥생산적인 사람들은 침대에서 시간을 덜 보낸다 ⑦취침 전에 약간의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 ⑧주중에 못 잔 잠을 주말에 만회할 수 있다 ⑨나는 내가 언제 졸린 지 알 수 있다. 이중에서 진실은 몇 개인가?
정답은 0개다.
첫째, 잠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두뇌는 생산적인 활동 상태를 유지하며, 우리에게 긴요한 여러 과제를 수행한다. 둘째, 수면이 부족하면 생각, 느낌, 행동에 이상이 생기기때문에 일을 더 잘하게 될 리 없다. 또 낮잠은 오히려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코골이는 심장병, 비만, 암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 꿈을 꿀 때, 우리의 두뇌는 평상시 갖고 있는 걱정거리에 대한 유용한 통찰을 내놓기도 한다. 자기 전 먹는 술은 숙면에 방해가 된다. 충분히 잠을 못 자면 수면 부채가 쌓이기 때문에 몰아서 자는 것 역시 효과가 없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 졸린지 잘 모른다. 종종 졸음운전을 하고, 최악의 컨디션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이트 스쿨'은 이처럼 잠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통념을 하나하나 바로잡는다. 그 중 하나가 '훈련을 한다고 잠의 양을 줄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나폴레옹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서너 시간만 자고도 거뜬한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들은 유전자가 그야말로 '남다르기'때문에 잠을 적게 잘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검은 머리를 지닌 사람들이 금발머리가 될 수 없듯이"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훈련을 한다고 해도 잠을 줄일 수는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이 하루에 자야 하는 양은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일고여덟 시간은 돼야 한다. 2000년에 250개국에서 100만명 이상의 잠버릇을 조사한 통계가 나왔는데, 약 50%의 응답자가 "매일 여덟 시간은 자야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24시간 매체의 증가, 끊임없는 웹 접속, 업무량 증가 등으로 현대인들의 수면시간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3분의 1이 매일 일곱 시간도 못 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20년에 걸친 임상 연구 끝에 적정 수면량보다 두 시간 덜 잔 실험 참가자들의 사망률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고 보고한다. 성인의 경우 다섯 시간 이하로 자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아지고, 여성의 경우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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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수면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를 위한 수면 팁, 코골이 환자를 위한 치료법 등 실질적인 정보들도 수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만성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라면 솔깃할 만한 내용들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35분이다. OECD평균(8시간22분)보다 두시간이나 부족한 셈이다. 불면증 환자도 인구의 12%인 약 400만명에 달한다. '24시간 시스템'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에 저자는 '잠이 사치'가 아니라 '잠이 보약'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나이트 스쿨 / 리처드 와이즈먼 / 한창호 옮김 / 와이즈베리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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