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투자부진 구조적 문제…금리정책으로 투자유도 어렵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기업들 저축률 높아져…높은 불확실성 탓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부진은 경기에 대한 불확신과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으로는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또 IT혁신으로 유형자산 비중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저축증가에 따른 여유자금이 기업투자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작다고 강조했다.
김좌겸 한은 선진경제팀 차장과 곽준희 연구조정팀 조사역은 이날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주요국 기업저축 현황 및 투자부진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독일, 일본, 한국 4개국 대상 기업의 재무데이터를 기초로 실물투자와 금융자산의 보유 결정요인을 추정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주요국에선 기업저축이 꾸준히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수행여건 측면에서도 기업저축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부진이 지속되면 금리경로가 약화돼 통화정책 유효성이 크게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대 들어 미국, 일본, 독일과 한국의 기업저축이 오르고 있지만 이것이 투자재원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이전(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5%였던 미국 기업저축은 위기 이후(2013년 기준) 10.6%로 올랐다. 한국도 위기 이전(2008년) 15.4%에 불과했지만 2012년 18.8%로 기업저축이 올랐다.
보고서는 "GDP대비 기업저축의 증가는 미국과 한국은 영업잉여 증가에, 일본과 독일은 세금, 배당 이자비용 감소에 기인한다"면서 "하지만 기업저축 증가로 투자재원이 늘어났음에도 기업투자는 부진하다"고 말했다.
S&P500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최소 투자기대수익률이 자금조달금리인 8%를 크게 웃도는 18%로 조사됐는데 이는 저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불확실성이 기업투자를 제약하는 주요인 중 하나임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결정시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여유자금을 금융자산에 축적하면서 기업저축이 늘고 있다고 봤다.
투자가 실물경기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저축 증가→기업 여유자금 증가→기업투자 증가→가계소득과 영업이익 증가→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증가'의 고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불확실성이 실물투자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한편 기업저축 증가는 실물투자보다 금융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주요국의 투자부진이 기업 자금조달보다는 경기에 대한 확신부족과 일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금리경로를 통한 통화정책 등 경기부양책만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내기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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