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부채 서울 메트로, 전동차 입찰가 깎기 전쟁
가격 경쟁력 앞세운 국내업체들 눈치싸움…참여업체 수 적으면 수의계약 전환 부담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2500억원 규모의 서울메트로 전동차량 구매를 놓고 메트로 측과 업체들 간에 차량 가격을 놓고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메트로는 예산을 최대한 깎아 입찰에 참여하려는 반면 업체들은 메트로가 바라는 사양에 비해 관련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조달청은 서울메트로 전동차 200량에 대한 입찰 개시 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배정예산은 2540억원으로, 전동차 대당 가격은 12억7000만원에 이른다. 입찰에 참가하려는 업체는 내달 17일까지 입찰참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입찰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향후 8700억원에 이르는 서울메트로 노후 차량 교체 계약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에 따른 경전철 노선 신설을 포함하면 2025년까지 최대 8조원 이상의 투자가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서울메트로가 3조원 이상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데다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 전동차 교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메트로는 특정 업체들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수의계약을 맺으면서 '을에 끌려다닌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트로 입장에서는 최대한 경쟁을 붙여 계약의 주도권을 갖는 한편 구매 금액은 최대한 낮춰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엄연한 국제경쟁 입찰이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경쟁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거론되는 외국 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찰 기준에 '전기동차 국산화율 재료비 기준 30%'가 있는 것도 외국 업체들로선 장애요인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철도산업은 이미 현대로템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든 독점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곳은 국내업체인 우진산전 정도다.
이 같은 구도가 형성된 데는 유일하게 가격 경쟁력이 있던 중국 업체들의 입찰이 무산된 영향이 컸다. 서울메트로는 당초 중국 업체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현지시찰 조사까지 벌여놓고도 마지막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가입국 기준을 넣음으로써 중국업체들을 배제했다. 현대로템이 회장사로 있고 부품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가 '철도산업 보호' '안전 문제'를 명분으로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메트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예산을 책정함으로써 향후 구매에 따른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의 전동차 대당 입찰 가격 13억9000만원보다 낮은 12억7000만원을 대당 가격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미 업체들이 부품가격을 두고 불만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입찰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메트로는 최신 안전기준을 적용, '비상시 전원공급장치'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전동차 조건에는 유럽형 전동차에 들어갈 만한 고사향 조건이 붙어 있다"며 "적어도 대당 15억원은 들 것이라고 생각해 입찰 참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입찰 업체가 없거나, 단 한 곳만 참여하게 되면 서울메트로는 재입찰 공고를 내거나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배정 예산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약이 무산될 경우 수의계약이 진행돼 전동차 대당 가격이 뛸 가능성이 있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가진 국내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업체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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