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충격적인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대안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어린 자녀를 맡아줄 교육 시설은 어린이집 외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어린이집의 문제를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여론이 들끓면서 정부도 분주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계기로 당정이 마련한 아동폭력 방지 대책이 나온지 사흘만이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 개선방안과 보육교사 양성체계 개선 방안이 이날 주제였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보육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CCTV 설치의 필요성과 보육교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 보육교사 근무여건 개선 등 사흘 전 발표된 당정대책 수준의 발언을 이어갔다.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번개 불에 콩 굽듯' 대책을 마련하면서 개최한 간담회인 탓에 아동폭력 방지를 위한 진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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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해 현장의 목소를 듣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뒷북이다. 이번 간담회의 주요 발언자들은 어린이집 인증평가에 관여하는 인사들이었다. 전현직 평가인증심위원장과 부모모니터링단에 참여한 학부모도 있었다. 평가인증 제도는 2006부터 시행돼 올해 3회기째다. 그동안 형식적인 인증평가의 문제점이나 인증제도로 인한 어린이집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등이 지적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린이집 인증평가의 설계오류나 부실한 정책집행 등에 대한 반성은 커녕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이야기만 무한반복 중이다.

고작 네 살인 어린 아이가 선생님의 손에 맞아 나가 떨어지는 끔찍한 CCTV 동영상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이번처럼 호들갑을 떨었을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제목은 이제 그만 뽑고 싶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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