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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초동여담(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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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들이 여자 얘기(女談)를?"
"우리 신문이 이제 여당 얘기만 하는 겁니까?"

아시아경제 '초동여담'은 빈섬의 아이디어였다. 여유와 멋과 향기가 있는 쉼터가 우리 신문에도 이젠 필요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경향신문의 '여적'과 같은, 기품있는 상설칼럼난이 신문사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초동은 아시아경제가 있는 충무로 일대의 동네 이름이고 여담은 '여유로운 담설'의 뜻으로 기자적인 강박을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문제는 칼럼을 담당할 필자를 정하는 일이었다. 편집국 데스크들에게 권유를 해보았지만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기사 쓰고 데스크 보기도 벅찬데, 감히 어찌 그런 칼럼을 쓸 수 있겠습니까? 이런 겸양을 겸한 사양이었다. 논설위원실에도 청탁을 해보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시원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나 스스로 총대를 메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부담은 되지 않을 수 없지만 편집국장도 참여하기를 권했다. 그러면서 낸 아이디어가 실명 대신 필명을 쓰자는 것이었다. 편집국 기자들도 전혀 눈치 채지 않게 하자고 모의하면서 우린 껄껄 웃었다. 그래서 치우(稚牛),향상(香象), 여하(如河), 후소(後笑)가 등장했다.
필진이 요일마다 번갈아 쓰는 이 칼럼은 꽤 큰 내외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고 자부한다. 필진의 글맛과 익살끼와 풍자가 거듭 진화하여 아시아경제의 한 자랑거리가 되었다. 초기 참여자 중에서 치우, 향상, 여하는 1년여 활동 끝에 빠지고, 제2기 필진들이 포진하여 맹활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전 필진 중 한 사람인 L부장이 '초동여담'을 책으로 내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물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각 필진들이 각각 10편 정도씩을 골라 원고를 보냈다.

신문사의 칼럼이 책으로 나온다는 건, 이 업계에서는 예삿일이 아니다. 애정의 신물(信物)을 나누는 것과도 같은 기분이 있다. 장난끼와 수다, 그리고 그때그때 일터의 곡절들, 필자끼리의 유쾌한 눈짓과 댓글놀이가 글의 행간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뜯어 읽어보는 글이 모두 이쁠 리야 없지만, 기억으로 즐거워지는 일에 이만한 것이 또 있으랴 싶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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