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産에 이어 미·일 상품도 단속 나서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한국 상품의 반입과 거래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제품과 일본 상품의 거래를 일부 제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현지시간)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장마당 경기가 시원치 않은 시기인데 미제와 일제상품 거래를 단속한다고 규찰대가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장마당 경기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미제와 일제상품을 비롯해 외국에서 들여온 상표를 떼어 낸 중고 의류의 거래도 규제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상표를 떼어낸 다음 중국을 거쳐 반입된 외국 의류제품의 유통경로가 막혀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또 "상표가 아예 없는 의류를 파는 상인은 중고 의류라고 주장하고 단속하는 규찰대는 남조선 제품이기 때문에 상표를 떼낸 것 아니냐며 옥신각신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면서 "이런 시비를 없애고 남조선 제품으로 추정되는 의류의 유통을 단속하기 위해 상표 없는 의류제품 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에볼라 정국으로 북한상인들의 발길이 뜸해진 데다 북한당국이 최근 장마당에서 미제와 일제상품 거래를 금지한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의 접경지역 상인들은 이 소문에 대해 사실확인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북한 신의주 접경 단둥의 상인들은 미제와 일제상품 거래 금지가 사실일 경우 장사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상인들은 남한 상표를 떼어내거나 미국이나 일본 상표를 붙여 북한에 팔아왔는데 이 판로가 막히는 탓이다.


남한상품이지만 상품에 한글은 없고 영문으로만 씌어 있는 쿠쿠(CUCKOO)전기밥솥 같은 전자제품들은 북한세관에서도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통관을 시켜주었는데 미제와 일제 상품까지 단속한다면 앞으로 이런 상품들도 북한에 반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북한에서 판매돼온 미제와 일제 중고 노트북 판매상인들도 일제와 미제품 판매금지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RFA는 예상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 NK도 이날 북한 당국의 단속으로 북한 장마당에서는 한국 상품 거래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 NK에 "국가보위부 직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장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어 시장 분위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석달 전만 해도 한국산 샴푸와 초코파이 등이 감시를 피해 잘 팔렸지만 최근 들어 상인들이 단속 탓에 몸조심을 하느라 한국산 가전제품과 화장품,샹품,초코파이는 물론,중고의류 등 한국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