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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와 '류큐', 유물이 말한 옛 도시·왕국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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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유적에서 발굴한 '정원이 그려진 벽화'

폼페이 유적에서 발굴한 '정원이 그려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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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모양의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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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남자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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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화산재로 뒤덮혀 사라졌지만 다시 발견되면서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생활상을 오롯이 보여주는 고대도시 '폼페이'. 19세기 후반까지 해상 중개무역으로 번성했던 독립왕국 '류큐'. 지금은 없어진 옛 도시와 왕국이지만 유물들은 그 사라진 옛 문명의 존재를 증명하며 당시 사람들의 삶을 기억한다. 이탈리아 남단 폼페이의 2000년 전 모습, 일본에 편입되기 전 450년간 류큐왕국의 문화를 각각 소개하는 두 개의 전시가 서울에서 9일 동시에 개최됐다.

◆사라진 고대도시 폼페이를 만나다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전은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폼페이 유적을 조명하는 전시다. 나폴리의 남서쪽에 위치한 폼페이는 서기 79년 8월24일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고대도시로, 18세기부터 현재까지 발굴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폼페이 발굴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인 '폼페이 등 고고유적 특별감독 위원회'(SAPES)와 '나폴리 고고유적 특별감독 위원회'(SBAN) 양 기관이 기획한 해외투어 전시로, 앞서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폼페이에서 출토된 조각품, 장신구, 벽화 등 298건의 다양한 유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집 내부의 벽을 장식하던 벽화들이 총 15점이나 등장한다. 잘 가꾸어진 꽃과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는 정원을 그린 그림, 신화 속 장면과 실제 기둥과 같은 건축적인 양식이 담겨있는 그림 등은 폼페이 사람들의 뛰어난 조형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도시 곳곳에 세워졌던 신들의 조각상과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들의 조각상, 젊은 여인의 팔을 장식했던 금팔찌와 같은 장신구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도심의 번화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에서 구워졌던 빵, 지역의 특산품인 와인을 담았던 항아리, 물건을 사고 팔 때 썼던 저울과 추 등은 경제활동이 이뤄졌던 역동적인 도시 모습을 짐작케 한다. 또한 검투사가 썼을 법한 청동투구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쭈그린 채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남자, 옷으로 얼굴을 감싼 채 엎드려 죽은 여인, 집 안에 묶여 있다가 고통스럽게 죽어간 개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캐스트(주물)는 화산 폭발의 순간의 참혹한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내년 4월 5일까지.
 
왕자용 용보주문 빙가타 겹옷, 18~19세기, 일본 국보

왕자용 용보주문 빙가타 겹옷, 18~19세기, 일본 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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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천하지도. 류큐왕국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의 천하지도. 류큐왕국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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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 왕국의 흑칠 나전 화조문 쟁반, 18~19세기

류큐 왕국의 흑칠 나전 화조문 쟁반, 18~19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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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무역 번성 '류큐왕국'의 기억 = 같은 날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은 외세의 침략을 겪으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왔던 '류큐 왕국'을 소개하는 전시를 시작했다.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는 일본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지방 세력들이 공존하다가 15세기 쇼하시 왕이 통일왕국을 건설하면서 '류큐'라는 이름을 붙였다. 류큐는 동남아와 동북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다. 그러나 16세기 초반에 일본 사쓰마번(薩摩藩)의 침입을 받은 데 이어 에도막부(江戶幕府)의 간섭을 받아 중국과 일본 양측에 모두 조공을 바치는 상황에 처해진다. 이후 1879년 일본 메이지 정부에 의해 강제 병합돼 현재의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됐다.

이 전시에는 류큐 왕실의 상징인 왕관과 왕실 복식, 왕실 의례용 기물 등 류큐 왕국의 통치자 쇼(尙)씨 왕가의 동물과 왕실에서 사용된 정교한 류큐 칠기, 조선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도자기, 류큐 왕국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서적과 회화류, 전통 악기 등 총 200여점의 다양한 유물이 선을 보였다. 이 중 류큐 전통 염색인 '빙가타(紅型) 방식'으로 물을 들인 왕자의 복식이 분홍색 바탕에 용과 화염보주 문양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는 것이 먼저 눈길을 끈다. 조선만큼이나 크게 발달했던 류큐의 나전 작품들도 눈에 띈다. 흑칠 쟁반에 갈대와 부용화, 한쌍의 물총새가 화려하게 표현돼 있거나 황제를 상징하는 화염보주를 둘러싼 두 마리의 오조룡(五爪龍,발톱이 다섯개 있는 용)이 새겨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선 류큐 통일 이전의 산잔(三山) 시대에 주잔(中山) 왕조의 왕성이었던 우라소에(浦添)성에서 고려계 기와가 다량 발견되기도 해 오래 전부터 한반도의 문물이 전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지도에서 실제론 제주도 만한 류큐왕국이 그보다 매우 크게 묘사돼 있는 점을 통해, 조선에 대한 류큐의 경제ㆍ문화적 영향력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박수희 고궁박물관 연구사는 "일본 국보 33점을 비롯해 중요문화재 6점을 포함한 대다수의 유물이 국외로 반출돼 전시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류큐왕국이 조선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점, 한ㆍ중ㆍ일이 이 같은 전시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8일까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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