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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쇄소(灑掃)를 아는가(196)

최종수정 2014.10.26 08:15 기사입력 2014.10.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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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중고 학교의 청소는 누가 하는가. 바닥 물청소는 누가 하며 유리창은 누가 닦고 화장실은 누가 정리하는가. 학생들이 직접 하는 곳도 있고, 학부모들이 가끔 번갈아 가며 해주는 곳도 있고, 용역회사에서 맡아서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예전에는 모두 학생들이 직접 했다. 청소가 학생들의 손을 떠나는 것은 다행으로 봐야 옳을까.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세계의 학교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대개 유럽이나 미국의 학교들은 용역 회사를 이용한다. 아마도 그들의 실용적 합리주의가 그 문제에도 작동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대개 불교의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은 학생들이 직접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또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가 전세계의 주요 트렌드가 되면서 우리나라처럼 '서구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불교권 국가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청소를 시키는 것은, 스스로가 쓰는 공간을 청소하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수행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스님들이 청소를 중시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옛 선비들도 이 점을 중시했다. 유학자들은 청소하는 일을 어린이 교육 제1장에 넣었다. 소학에 들어있는 쇄소(灑掃)가 바로 그것이다. 물 뿌리고 빗자루로 쓰는 일을 잘 하는 것, 이것이 학문의 시작이다. 청소를 하는 것은 스스로의 노동이 주변 공간의 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체험하는 교육장이며, 또한 자신의 인격과 학문의 기본을 가다듬는 상징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남명 조식은 퇴계를 존경했지만, 그를 따르는 유학자들이 지나치게 하늘의 이치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두고, 쇄소의 예절도 모르는 손들이 하늘이 어떻게 저떻고 가리키는 것이 우습다고 꼬집는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쇄소가 사라졌다. 주부가 도맡거나 일하는 아줌마의 몫이라고 여기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 있다. 이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소학에서 가르친 인간의 기초 수행이나 자기 공간을 책임지고 근면을 익히는 첫 단추를 생략하는 일이, 아이들의 학업을 신장시키고 인격을 높이는데 기여해온 것일까. 쇄소를 생략한 아이들이 자라난 결과가, 일상의 노동을 경시하는 태도와, 혹은 스스로 해야할 일을 해결하는 자발성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가만히 돌아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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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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