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득바득 우기다 할 때의 바득바득, 움찔움찔 한다 할 때의 움찔움찔, 길을 걷는 모습인 뚜벅뚜벅 터벅터벅. 이런 것들은 첩어이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똑 같다. 그런데 우리 말은 앞뒤가 살짝 달라지는 준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준첩어는 말의 리듬과 말의 빛깔을 활용하여 어감과 뉘앙스를 곰살맞게 하는 기막힌 표현 방식이다. 살펴보면, 판소리나 가사 혹은 시조에는 구석구석 양념처럼 준첩어들이 버무려져 있다. 영어나 유럽의 언어들은 이런 것이 손을 꼽을 정도로 적으며 열 몇 개를 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런 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올망졸망' 하나만 데려와서 가만히 소리내어 봐도 이쁘기 그지 없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귀여운 감정이 돋아나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비쭉배쭉, 비실배실, 비틀배틀로 이어지며 살짝씩 어긋지는 모양새들이 얼마나 생생하고 실감나는가. 이런 말의 결 위에 놓인 삶이란 또한 얼마나 달콤새콤매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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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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