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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예술·영성' 품은 지리산 둘레길…'우주예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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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우, '하늘이거나 땅이거나'(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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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기도소'(실상사)

장영철 '기도소'(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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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산청·하동 공동체 예술 프로젝트
실상사·성심원 등 한달간 진행
세월호 희생자 위한 대나무 기도소
지역 주민들 참여한 그림전시·농활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리산 둘레길 예술 프로젝트'가 지난 3일 시작됐다. 2012년 열린 둘레길 자락에 위치한 전북 남원 실상사, 경남 산청 성심원과 하동 삼화에코하우스 등 세 곳에서 한 달 남짓 펼쳐지는 '공동체 예술'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예술마당은 전남 구례와 경남 함양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전북과 전남, 경남 3개도를 아우르며, 5개 시ㆍ군 120여개 마을을 잇는 285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이 환(環)형으로 연결돼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생명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순례길인 둘레길과 닮아 있다. 인간과 자연, 생태와 영성, 종교와 과학, 남북ㆍ동서 분열의 치유 등을 예술에 녹였다.

실상사 회주인 도법스님은 "20세기 문명의 모순과 부작용, 죽이고 죽임당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반성을 담아 21세기 공존, 협력, 나눔, 상생의 가치를 위한 대안운동을 지리산 둘레길에서 펼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우주예술집'이다. "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처럼 개별적인 것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개별이 조화를 이뤄 우주가 되고 우주는 개별의 존재이유를 하나하나 포함한다. "우주적 법칙이 곧 종교이며 자연이 하나님이라고 스피노자가 얘기한 것처럼, 우주적 사유와 예술과의 융합이 이번 프로젝트의 큰 줄기다. 여기서 '집'이란 모을 집(集)을 뜻한다. 발음이 마치 '우주의 술집'과도 비슷해 재미도 있다"(웃음)
 
성신석조각연구회, 디딤돌 돌꽃길(실상사)

성신석조각연구회, 디딤돌 돌꽃길(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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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도법스님과 성심원 오상선 신부(왼쪽부터)

실상사 도법스님과 성심원 오상선 신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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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통일신라 불교 문화재가 보존돼 있는 천년 고찰 실상사에는 현대미술과 관객참여형 설치 작품, 나무심기, 돌꽃길 등 작업들이 진행 중이다. 절에서 레지던스(어느 한 곳에 정착해 진행하는 예술작업) 중인 작가들은 인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천경우 작가가 기획한 '하늘이거나 땅이거나'란 작업은 앞으로 1년에 2회씩 5년 동안 지속될 계획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즐겨 쓰는 찻잔을 경내 곳곳에 묻는다. 찻잔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로 채워지고 서서히 땅의 일부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겨지는 '절 안에 두고 온 찻잔'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내면에 연결고리를 잇게 된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는 소원을 빌며 탑돌이를 했을 목탑지에 생명평화깃대와 세월호 희생자를 상징하는 304개의 불빛을 밝혔다. 장영철 작가도 같은 곳에 희생자들을 잊지 않도록 304개의 대나무 부재를 사용해 '기도와 명상'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건축물을 지었다. 성신여대 교수와 강사, 대학원생들로 이뤄진 '석조각가 그룹'은 실상사 초입 해탈교 입구에 있는 장승 맞은편에 돌장승을 만들었다. 원래는 머리 없이 뉘여 있던 긴 모양의 돌이었지만, 작가들이 조각한 머리가 이어진 것이다. 김성복 교수는 "디딤돌에 새긴 꽃길과 불완전한 돌장승에 생명을 불어 넣은 작업과 함께 마을 아이들을 위한 미술 수업을 진행하며 보람이 컸다"고 했다.
 
하동 삼화에코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감따기 농활'

하동 삼화에코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감따기 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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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열리는 장소 중 한 곳인 '성심원'은 반세기 역사를 지닌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천주교 복지시설이다. 예전엔 주민들에게 닫힌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열린 공간이 됐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오래된 강당이 전시실로 활용되며 추후 지리산미술관으로 문을 열게 된다. 지리산 한 자락 남산예담촌에 터를 잡고 '생활산수화'를 그리는 작가 이호신의 150여권이 넘는 화첩들도 소개된다. 현재 하동 삼화실 마을 주민들이 폐교를 활용해 주민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 중인 '삼화에코하우스'에선 캠핑과 무궁화나무심기, 그림전시, 감따기 농활, 마을벽화프로젝트 등 전방위 공동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지리산 일대의 자연과 삶을 토대로 그림책을 만들어 온 오치근 작가의 원화도 만날 수 있다.
사찰과 성당, 주민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인과 종교인 그리고 주민들이 합심해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 문화행사다. 이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숲길은 7년 넘게 둘레길을 가꿔왔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단장인 김준기 예술감독은 "실상사나 성심원 자체가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종교, 예술이 합해져 무엇보다 '공동체적 가치'를 살리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11월 2일까지. 홈페이지 http://jirisanproject.net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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