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전월세 값이 요동을 치며 서민의 주거불안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주택 임대차시장에 적극 개입한다. 거래통계를 실제와 밀접하게 연동하도록 바꾸고 내년부터는 전월세 거래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거래신고가 의무화되면 거래를 성사시킨 중개업소가 일정 기간 안에 거래된 물건의 가격정보를 행정정보망에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 거래내역이 정확하게 파악돼 과세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도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통계 재정비를 위해 정부는 전월세 거래신고 의무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임대차 계약 후 신고하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거래량을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지 않거나 보증금이 없는 순수월세의 경우는 거래내용을 파악할 길이 없다"며 전월세 거래신고 의무화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거래내역이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으면 통계 재정비 의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한국감정원에서 매월 발표하는 '월세가격동향'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다. 감정원은 올 8월까지 진행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월세지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내년 7월부터는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에 한정됐던 월세가격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세입자들의 실질적인 월세 부담을 반영한 임대료부담지수를 보조 지표로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태도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도 동시에 제기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임대사업자의 80% 정도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임대소득 과세는 임대사업 자체를 위축시켜 오히려 민간 임대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임대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반응도 엇갈린다. 세입자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전월세 시장을 관리하게 되면 음성적 임대차 계약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집주인들은 임대소득 노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서울 마포구에 다가구주택을 2채 보유한 안모(49)씨는 "모든 전월세 거래를 들여다보려는 것은 결국 세금 더 걷으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견되자 국토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거래신고를 의무화하는 방향은 맞다고 보면서도 지난 2월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통해 임대소득 과세 강화방침을 밝힌 후 주택시장이 재침체 국면으로 전환됐던 것을 경험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거래신고 의무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