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간사옥 이어 제주도 구도심 버려진 건물에 미술관 연 김창일 회장
[제주 =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제주시 구도심에 '미술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활력이 솟아나고 있다. 북쪽 해안지역 탑동과 동문동은 한때 젊은 층의 놀이 공간이었고, 유흥가가 즐비하던 곳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남서쪽 인근 마을인 연동이 신시가지로 개발되면서 2000년대 초부터 이곳에 자리했던 건물들은 하나 둘씩 폐관되고 방치돼 갔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 '빨간 미술관들'이 생기고, 카페와 음식점, 편집매장까지 들어선다는 소식에 조용하던 동네가 분주해졌다. 더욱이 옛 건물들의 흔적을 잘 간직한 모습이 특징이다. 시멘트벽이 그대로 드러난 건축물 내부 공간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현대미술 작품이 각각의 개성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세 곳 다음달 1일 개관= 오는 10월 1일 제주 탑동과 동문동에 있던 옛 영화관, 바이크숍, 모텔 자리에 '아라리오 뮤지엄'이 개관한다. 이름도 옛 명칭을 따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을 이어 붙였다.
연면적 3048㎡ 크기의 탑동시네마 건물은 1999년 문을 연 후 2005년 재정악화로 폐관되기까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화시설 중 하나였다. 영화관이었던 덕분에 4.5~5m의 층고를 지녀 김 회장의 대형 컬렉션들을 비치하기에 딱 알맞은 장소로 꼽혔다. 이곳에 전시된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작품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20m 길이의 실물 배에 인도인들의 각종 생활도구들이 쌓여있는 모습으로 '이주민들의 애환'을 나타내고 있다. 옛 영화관 두개 층을 터서 8m 이상의 층고를 갖춘 전시장에 비스듬히 뉘여 있다. 또한 중국작가 장환의 '영웅 No.2'는 100마리의 소가죽을 이용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거대한 형상을 압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탑동시네마 옆에 위치한 '탑동바이크샵'에선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개인전이 열린다. 매년 실험적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김구림 작가의 주요작들이 개관전에서 소개된다. 60년대 후반 사회상을 담은 파격적인 영상작품과 함께 콜라주, 회화 등 시대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동문모텔 자리에는 옛 모텔의 객실공간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미술 작품과 색다른 조화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일본작가 아오노 후미아키가 이 모텔에서 버려져 있던 물건들을 직접 수집하고, 다시금 새로운 오브제로 창조한 작품은 과거 모텔의 분위기를 재구성해 독특한 재미를 준다. 또한 꼭대기 층에는 제주 해녀, 토속신을 소재로 한 작가 한성필의 신비로운 영상, 사진작품이 옛 모텔 객실의 욕조나 방 벽에 비춰지거나 걸려있다.
◆"제주에 미술관 5곳 더 만들 것"…주변 상권도 활기= 탑동을 중심으로 한 제주 구도심에 생겨날 미술관은 세 곳만이 아니다. 내년 3월에는 '동문모텔2'라는 이름의 김창일 컬렉션을 넣은 미술관이 개관한다. 김 회장은 "앞으로 이곳에 미술관 다섯 곳은 더 만들 예정이다. 뮤지엄의 상징 색깔로 눈에 확 띠는 빨간색을 썼다. 앞으로 녹색이, 노란색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30대 초반부터 현대미술에 푹 빠져 살아오면서, 예술이 영혼을 깨운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젊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들러 작품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천안을 본거지로 해 터미널, 백화점 사업을 운영해 온 김 회장은 그동안 3700여점의 작품을 모아왔다. 미술품 수집에 이어 40대 후반 부터는 '씨킴(CI KIM)'이라는 예명의 미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곳 구도심이 문화적으로 새롭게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나중에 수집한 미술품들을 문화재단에 기탁할 것이다. 공공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미술관을 짓는 것 말고도 그 주변 건물들을 매입, 리모델링해 상업시설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미술관 용도의 건물을 포함해 현재까지 12곳 건물을 사들였다. 이에 주변 상권도 조금씩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제주 = 글·사진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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