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빈기 10% 감소…10년새 절반 추락
카드론·고리 대부·주택담보는 늘어 실질적인 빚증가세와는 무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때 '카드사태'의 주범으로 인식되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가 지난 10년간 반토막이 났다. 각종 규제와 다른 결제수단에 밀려 존재감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건수는 5462만140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6047만9900건보다 5119만8700건(10%) 감소했다. 현금서비스 이용금액도 상반기 32조60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조2027억원)보다 7%(2조5975억원) 축소됐다.
윤태길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은 "정부의 신용카드 억제정책이 현금서비스 사용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특히 카드사별 수수료율 공시나 리볼빙 등 규제강화로 사실상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지면서 사용자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매년 1회 이상 가처분 소득 등을 반영해 카드사용자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재평가하는데 올 들어 이용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한도가 전반적으로 축소된 경향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의 위축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의 할부 결제까지 규제에 나선데다 대부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넘어가는 사용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특성과 전망' 보고서에서 "대부업체 등의 신용 대출 규모 성장으로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의 금융 서비스 시장 잠식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의 감소는 눈덩이로 쌓이고 있는 가계빚 문제와 별개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주택담보 대출, 고리의 대부 등으로 가계빚은 사상최대치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길 한은 과장은 "현금서비스와 성격이 조금 다른 카드론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보면 카드대출 전체가 확연히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해 발간한 '가계부채 백서' 보고서에서 "신용카드사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만기 1개월의 고금리, 고위험 상품인 현금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만기가 3∼36개월인 카드론을 확대했고 소비자도 금리가 낮은 카드론으로 바꿔면서 현금서비스를 카드론이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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