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설비 확장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에 중앙정부가 노후설비 폐쇄, 기업 간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철강ㆍ시멘트ㆍ전해알루미늄ㆍ평면유리ㆍ조선 등 대표적인 공급과잉 산업의 설비 가동률은 70%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세수, 고용 및 지역 경제성장 등을 이유로 지방정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과잉산업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재고가 누적돼 적자기업이 속출했다. 이러한 상황은 석탄ㆍ정유ㆍ화학공업 등은 물론 신흥 산업(태양광ㆍ풍력발전)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오죽했으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1년도 안 되는 사이(2012년12~2013년9월) 공석에서 네 차례나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과잉 해결을 강조했겠는가.
한국 시장뿐 아니라 최대 수출시장까지 잠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국에 수출하는 고급재 비중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판재류 비중 2003년 30%에서 지난해 57%로 상승). 또한 중국 업체들은 한국에 사무소 및 가공센터 등을 설립해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공급과잉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에 몰린 중국 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초기에는 수출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지 생산 및 판매 체제를 갖춘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중국 업체가 우리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또는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도 커졌다. 어느 때보다도 민간과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더불어 기업은 기술과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 또 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이들과 동반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여 외국 업체에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해외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미리 맞붙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이 한국 시장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일찍이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여 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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