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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누드 셀피(selfie)' 해킹은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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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국제부장

이진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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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배우와 가수, 모델 등 유명 여자 스타들의 낯 뜨거운 사진이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여기에는 할리우드 샛별인 배우 제니퍼 로런스와 팝스타 리애나의 누드 사진도 포함됐다.

로런스의 사진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언론 매체들은 로런스의 아이클라우드(애플의 데이터 저장 서비스) 계정이 해킹당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는 '내 아이폰 찾기' 서비스에서 해커들에게 악용될 수 있는 암호 입력 과정의 문제가 발견된 뒤 애플이 패치를 내놓은 게 사진 유출과 관련 있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로런스의 대리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며 유출된 사진을 게시하는 사람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미국의 연예주간지 피플 그리고 CNN 방송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스캔들'로 치부했다. 2007년 배우 겸 가수인 버네사 허진스의 개인 누드 사진 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케이블 방송 디즈니 채널은 허진스를 죄 지은 아이처럼 취급하며 그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으니 이번 일로 값진 교훈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2011년에는 배우 겸 가수인 스칼릿 조핸슨이 낯 뜨거운 개인 사진을 해킹당했다. 당시 연예 전문 블로거 페레즈 힐튼은 조핸슨의 누드 사진을 자신의 사이트에 보란 듯이 올려놓고 조핸슨에게 "처신을 잘 했어야 했다"고 훈계했다.

힐튼은 최근 로런스의 누드 사진이 유출된 뒤 관련 기사를 온라인에 올리면서 낯 뜨거운 부분만 살짝 손본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하지만 곧 사진을 모두 내리고 다음과 같이 사과했다. "여러분 덕에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좀 더 사려 깊게 행동했어야 했다."

힐튼의 태도 변화는 누드 사진과 해킹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2011년만 해도 각종 매체는 "연예인들, 언제나 정신 차릴까"라며 "물의를 일으킬 만한 '셀피'(자가 촬영 사진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셀카라고 표현)는 아예 찍지 말라"고 호들갑 떨었다.

그러나 3년 사이 시대가 바뀌었다. 일반인들의 반응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로런스의 누드 사진 유출 직후 일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닉 빌턴은 연예인들에게 "누드 셀피를 찍지 말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팔로어가 무려 23만명에 이르는 그에게 날아온 댓글은 뜻밖이었다. 한결같이 그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이번 사건의 희생자를 되레 매도하지 말고 사람들 행동을 검열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성문제 전문가인 미국 작가 수전나 브레슬린은 "전과 달리 요즘 많은 사람이 누드 셀피에 관심 갖고 있다"면서 "이번 같은 일이 자기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을 동정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반인들도 피해 연예인이 겪게 될 정신적 충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법원이 누드 사진 절도 행위를 엄단하는 요즘 추세도 세태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스캔들이 아니라 '범죄', 그것도 개인 재산을 훔치고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악용한 '성범죄'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사건 당사자들이 자기의 벌거벗은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간직한다는 게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자기 스마트폰에 무엇을 저장해 놓든 이는 그 사람의 절대권리다. 사과하고 처벌 받아야 하는 쪽은 개인의 은밀한 사진을 훔쳐 돈벌이에 악용하는 이들이다. 이는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이다. 모바일 기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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