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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북한 개방과 동북3성 진출 양동작전 펴야"

최종수정 2014.09.07 09:00 기사입력 2014.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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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교수의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주장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남북관계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완전히 얼어붙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조치'를 단행했고 북한은 이의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우리 측은 유일한 남북교류 통로인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 통신, 통관, 통행 등 3통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 측의 더딘 일처리로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할 고위급 접촉에 제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우중이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8월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포럼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은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날이다.

김우중이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8월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우포럼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은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날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김 전 회장은 북한의 직접 개방과 동북 3성 진출 등 간접 개방 등 '양동작전'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가 최근 펴낸 '김우중과의 대화'라는 책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 신 교수는 2010년 여름 이후 서울 등지에서 김 전 회장을 20여 차례 만나 나눈 150시간 분량의 대화를 책으로 묶어냈다.

김 전 회장의 발언 중 남북관계 개선 대목은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정부가 귀기울일 가치가 있다. 김 전 회장은 북한 남포에 공단을 만든 경험이 있고 1980년대 후반에 정부의 대북 특사로 북한을 오갔다.
5월 말 현재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 3성에는 롯데와 SK, LG, 포스코, CJ 바이오, 금호타이어, KT&T,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주요기업과 중소기업 4700여개가 진출해 있다는 점에서 그는 4년 전에 선견지명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통일 비용 크지 않다"=김 전 회장은 우선 통일을 찬성했다. 통일이 되면 선진국이 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는 "국책연구소 등에서도 통일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고서를 내고 있다"면서 "그런데 나는 통일비용이 사실상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김우중 전 대우 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 그룹 회장



김 전 회장은 "북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돈을 벌게 되는 것을 계산에 별로 넣지 않으니까 그렇다"면서 "남북이 합치면 돈 벌 수 있는 게 많다. 동북아에서나 세계 시장에서나 한국의 협상력이 커져 유리해지는 것도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가면 경공업도 상당 기간 더 계속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가 기술과 기계를 대고 북한 인력을 쓰면 북한 경제가 클 수 있고 남한도 부자재를 공급하면서 경공업을 오래 갖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협조하지만 금세 건설이나 다른 부문으로 협력이 확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 인건비가 한 달에 700달러이고 북한 사람들은 200~300달러밖에 안 되는 데 인건비가 계속 올라간다는 확신만 주면 북한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북 3성 진출해서 북한 개방시키자"=김 전 회장은 북한이 체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동북 3성에 함께 진출해서 양동작전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직접 개방시키는 노력도 하고 동북 3성을 통해 간접으로 개방시키기도 하고...동북 3성에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서 북한 사람들을 많이 데려다 쓰면 북한이 개발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라고 구상을 설명했다.

이런 구상은 1980년대 대북 특사로 북한을 오갈 때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76년 수단과 수교할 때 이제 사회주의권을 처음으로 열었으니까 마지막 목표는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구상했다"면서 "(주)대우가 사회주의권 국가와 거래가 많으니까 그 나라들에 대해 생각할 때면 북한 문제를 많이 연결시켜서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북 3성 인구 1억5000만명, 인접 지역 1억5000만명에 남북한 인구를 합치면 유럽연합(EU)과 맞먹는 4억 인구가 된다. 김 전 회장은 "북한 사람들이 아침에 동북 3성에 출근하고 저녁 때 퇴근하는 것"이라면서 "거기에 공간을 건설하고 기숙사까지 만들어주면 장기간 가서 일할 수도 있으며, 북한 인력이 동북 3성에 많이 나가면 북한 정부가 아무리 폐쇄하려고 해도 통제하기 힘들어 결국 개방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이 동북 3성 진출을 강조하는 것은 남포공단 건설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남포공단을 작게 실험적으로 했지만 전력이 잘 공급되지 않아 발전기를 갖고 갔지만 유류가 공급되지 않아 그것조차 제대로 돌릴 수 없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또한 북한에 공단을 만드려면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 사정에 따라 공단 운영 방침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의 이런 지적은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에서 현실화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중인 북한노동자

개성공단에서 근무중인 북한노동자



김 전 회장은 "나는 그래서 개성공단 만드는 것조차 처음부터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북한이 중국과 합작해서 신의주 공단을 개발할 때 맡아 달라는 제의에 대해 중립지대에 만드는 것이 좋다며 거절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동북 3성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법도 설명했다. 대북 특사로 김일성 주석을 만나 북한 인력 2만명을 보내자고 제안하고 성공하면 매년 20만명을 내보낼 수 있다고 서명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은 땅을 제공하고, 북한은 인력을 제공하고, 남한은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는 동북아 협력사업이 되는 것"이라면서 "만들어진 물건은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고, 중국시장에 팔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주석에게 북한이 인력이 동북 3성에 나와 일하면 북한의 기능공도 양성되고 마케팅을 배울 수 있으며, 제품개발능력도 생기며, 북한에 공장을 독자로 차려서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만일 노태우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에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구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졌다면 지금 동북 3성에 북한 인력이 훨씬 더 많이 나가 있을 것이고 북한도 굉장히 많이 개방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 정부 전향적 대책 내놓아야"=김 전 회장은 1980년대 후반과 마찬 가지로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의 인건비가 월 750달러인대 매년 10~20%씩 올릴 경우 경공업 하기가 힘들고 북한 사람을 데려올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 사람들은 월 200~300달러주면 되는 데 20만명이 동북3성에서 나갈 경우 연간 7억2000만달러 수입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현재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한명이 최저임금(70.35달러)와 수당, 사회보험료를 포함해 한달에 받는 평균 135~150달러 두배 수준이다.

그는 "대북 특사 때 제안한 것이 실제로 이뤄져셔 동북3성에 북한 인력이 나가기 시작했으면 지금 적어도 10배는 늘어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200만명이 연간 72억달러, 더 늘어나면 100억달러 정도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3만~5만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단둥 2만명, 두만강에 2만명이 나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 전 회장은 한국 정부에 전향적으로 대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년 동안 현재 중국의 임금 수준인 월 750달러로 북한 근로자 임금을 고정해놓고 전체 총액의 약 절반가량을 미리 주겠다고 하자"면서 "5년치면 90억달러이고 북한 정부가 이에 적극 협조할 유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현금으로 줄 필요는 없고 비료나 쌀 등 북한이 필요한 생필품으로 직접 지급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김 전 회장은 "그러면 현찰(현금)이 엉뚱한 데 쓰일 가능성도 막고 남한도 당장 큰 현찰이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까 서로 좋은 일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통일에서는 중국의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북한 사람들이 동북 3성에 많이 가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 300만명까지 나갈 수 있다면서 10년 20년 일할 수 있게 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남한은 남북경협으로 도와주는 것처럼 거기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정착하고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 하고 거기에 한국 기업이 많이 투자하도록 하고 중국에도 북한과 협력해서 동북 3성을 잘 발전시키는 것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지만 북한이 인건비로 벌어들이는 자금이 독재정권 통치자금이나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것으로 보는 한국과 미국 지도부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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