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훌륭하지만 한데 모였을 때 더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영웅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발표되는 논문들을 살펴보면 국제공동연구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과학기술의 수준은 지난 수 세기간의 발명과 발견을 뛰어넘었고, 연구 주제는 다학제적으로 융합됐으며, 수행 방법은 거대화됐다. 전 세계의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의 기관이나 단일 국가의 인력만으로는 가속화되는 기술 발달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한 논문은 국내 연구자들이 협력하거나 단독으로 작성한 논문에 비해 세계적인 학술지에서 더 많은 횟수로 피인용된다.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는 더 좋은 성과를 창출하는 발판이자, 창출한 성과를 더욱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기폭제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KAIST)는 2009년부터 홍콩과기대, 싱가포르 난양공대, 중국 칭화대, 일본 도쿄공대와 연합한 ASPIRE(Asian Science and Technology Pioneering Institutes of Research and Education)를 조직해 운영해왔다. 아시아 지역 연구중심대학 중 톱5에 드는 대학들이 모인 공동체로 과학기술의 혁신을 아시아에서 주도하고 이를 통해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이바지하고자 만들어진 단체다.
이 공동체가 이달 7일부터 9일까지 KAIST에 모인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150여명의 학생이 농구ㆍ드래곤보트 경기ㆍ과학퀴즈대회ㆍE-스포츠ㆍ릴레이 레이스 등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스포츠로 경쟁하고 학술과 문화를 아우르는 행사로 교류한다. 아시아를 이끌어갈 미래 연구의 핵심 역량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KAIST는 개교 이래 아시아에서 신설되는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의 롤모델이 돼 왔다. 이번에 치러질 행사 역시 본교의 제안으로 올해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과학 연구 공동체의 핵심이 되고, 더 나아가 실리콘밸리에 응집돼 있던 첨단 연구의 거점이 이동해오는 신기술의 메카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 유의미한 시도와 노력이 많은 국민의 응원과 관심 속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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