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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7개월째 도로명주소 '성공 안착' vs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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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행 7개월째 맞아 평가 엇갈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으며, 주소ㆍ물류 체계 선진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vs "호들갑을 떨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5000억원짜리 '헛발질'이었다."

정부가 장시간 많은 준비를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는 새 주소 체계(도로명주소)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시행 7개월째인 이달 10일 현재 사용률ㆍ인지도가 50%를 넘는 등 안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물류 현장ㆍ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국민들 다수가 아직 도로명주소를 잘 모르고 사용도 안 하는 상태에서 공공기관ㆍ기업만 반강제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핵심 목표로 '물류 속도ㆍ효율성 향상'을 내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선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전행정부는 도로명주소의 사용률와 인지도가 본격 시행 전인 지난해 말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라가는 등 안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10일 밝혔다.

안행부에 따르면, 6월 말 여론조사 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700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로명주소를 사용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5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말 같은 여론 조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또 자기집 주소의 도로명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정확히 알고 있다' 55.5%, '어렴풋이 알고 있다' 27.3% 등 82%나 됐다. 지난해 말 같은 여론조사에선 39.6%의 국민만 '잘 알고 있다'고 답했었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도로명주소 사용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과반수의 국민들이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제 전면 사용 단계로 가는 분기점을 돌았다고 본다"며 "이번 지방선거도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서 우편배달물이 오갔는데, 어떤 잡음도 없이 잘 마무리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과 물류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는 매우 다르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사용률 등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높다. 심지어 정부ㆍ공공기관은 도로명주소를 쓰고 일반 국민들은 기존의 지번 주소 체계를 그냥 쓰는 등 주소체계가 아예 '이원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 주민 김모(40)씨는 "최근 면허증을 발급받을 때 도로명주소를 몰라서 일일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알려줘야 했다"며 "나도 그런 형편인데 국민들 절반이 넘게 자기네 집의 도로명주소를 알고 있다는 것은 좀 과장됐다고 본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대부분 도로명주소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모(40)씨도 "온라인 주문을 살펴보면 아직도 도로명주소를 직접 입력하지 못하고 검색해서 하는 고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사용률이나 인지도가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물류 현장에서는 더욱 냉담한 평가가 나온다. 수많은 논란 끝에 불편함을 무릅쓰고 도로명주소가 도입됐지만 정작 정부가 장담한 '물류 속도ㆍ효율성 개선'이라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우편집배원 A씨는 "여전히 국민들이 병행사용하고 있어 전면시행 뒤에도 배달 속도ㆍ효율성이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며 "도로명주소는 한 곳의 주소만 알면 다른 곳을 연계해 추측해낼 수 있는 원리가 없어 집배원들이 주소를 외워서 사용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택배회사 관계자도 "다소의 불편이 있음에도 정부의 시책에 협조하기 위해 도로명주소를 전면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일선 배달원이 힘들어하고, 주소 찾기가 힘들어 반품이 늘어난 것 외에는 배달 속도나 효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도로명주소 변경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와 달리 정보기술(IT) 발달과 내비게이션 보편화 등 많은 변화가 진행되면서 굳이 새 주소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며 "많은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됐지만 쓸데없는 짓을 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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