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의 떼죽음 사건이 일어나고 30년 가까이 묵는 동안 사이비 종교집단이 다시 섰다. 안일과 야합에 기승해 인간보다 이윤을 앞세우던 이 시대의 자화상, 세월호는 침몰했다. 가불해서 써버린 세월의 빚이다. 군사정권은 우리를 극장에서 일으켜 세워 애국가를 듣게 했지만 이때 화면에 나오는 거함의 진수식을 바라보면서 일말의 감격을 느꼈다면, 제너럴셔먼호의 잔해를 끌어다가 군함을 만들려 했으나 좌절했던 대원군의 DNA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야 서양의 기계문명을 배우긴 했으되 이를 관리하고 통제할 능력은 없음이 드러났으니 어쩌랴.
관심사병의 문제는 경과가 다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 행위자의 내면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증폭돼온 왕따라는 피해의식에 그 자신 역시 파탄이 났다는 점과 사병을 사람이 아닌 자원으로 수단으로 보는,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온 병영문화가 책임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점만 지적하겠다. 월드컵 대표팀의 경기는 축구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놓았고 히딩크 이후 무엇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축구야 굳이 보려면 상대편을 응원해도 그만이니 논외다.
지금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과 이에 반응하는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 그리고 이들로 이뤄지는 관계는 역사성을 갖는 무수한 요소들이 동시에 같이 나타나면서 모순되고 길항하는 (불)균형상태다. 조수간만에 따라 맹골수도에 이리저리 물줄기가 흐르면서 크고 작은 와류와 역류가 생기는 모양새다. 이것이, 나치에 환호하던 소시민을 사회경제사적으로 분석하면서 블로흐가 사용한 '이시적인 것의 동시성(Gleichzeitigkeit der Ungleichzeitigen)'이라고 하는-영어를 거치면서 흔히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 오역되는-개념의 현대적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생산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정체된 인간사회의 가치관으로 인한 불균형, 구시대적 행태와 현재의 시대정신의 충돌과 같은 거창한 국면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개인사와 불안정한 내면에서도 역사성을 갖는 이시적인 요소들이 시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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