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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 베니스 황금사자상 수상 요인과 과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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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제 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이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에 '한반도 오감도'라는 주제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사진은 한국관의 모습.

제 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이 황금사자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에 '한반도 오감도'라는 주제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사진은 한국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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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제 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는 2012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에 견줄만한 쾌거다. 그동안 격년제로 열리는 베니스 예술제에서 미술 분야의 경우 전수천 작가 등 일부가 특별상을 받기는 했으나 황금사자상은 전입미답의 영역이며 미술과 건축을 통털어 첫 사례다. 그동안 영상 및 드라마, 'k팝' 부문을 제외하고 미술, 건축, 문학, 음악, 발레 등 전통 예술 장르의 한류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 황금사자상, 미술 분야를 통털어 첫 사례=수상 요인은 조민석 커미셔너를 비롯한 전시팀의 협력 및 전략, '남북한 건축'이 갖는 소재적 특수성, 국제적 네트워크 및 외국 작가와의 적절한 컬러보래이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전시 준비는 14개월전부터 이뤄졌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주최자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2년 권영빈 위원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실시했다. 이에 작년초 커미셔너 선정을 지명에서 공모 방식으로 전환, 13팀의 제안을 받았다. 이 중 5팀을 선별해 제안 설명을 듣고 국제적 감각 및 네트워크가 풍부한 조민석 커미셔너를 선정했다.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조민석 커미셔너 등이 수상에 앞서 심사위원으로부터 심사평을 받고 있다.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조민석 커미셔너 등이 수상에 앞서 심사위원으로부터 심사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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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위원장은 "공모 방식으로 전환하자 명망 있는 예술가 및 건축가, 대학교수들이 대거 불참한 대신 참신한 아이디어 및 전시기법 등으로 무장한 신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기존의 주제 및 전시 방법 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주문한 결과 세계인이 주목할만한 전시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위의 적극적인 개혁 노력이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의견이다.
그간 커미셔너가 명망가 위주로 선정되고, 전시 역시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스타 건축가를 소개하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와 관련, 백선기 문화예술위 팀장은 "해외 예술제 커미셔너 선정 등에 있어 친소 관계 및 명망 등에 의존하지 않고 투명,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함으로써 다양한 아이디어 및 젊은 작가 발굴 등을 가능케 됐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권영빈 식 문화 행정이 새롭게 평가받는 대목이다.

이에 뉴욕 및 유럽 등 국제 무대에서 다양한 수상 및 전시 경력을 가진 국제적 감각의 조민석 커미셔너를 선정하고,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 경기대 교수를 큐레이터로 보강해 이론과 실기를 지원토록 했다. 이같은 협력체제는 역할 분담으로 이어져 황금사자상 수상에 큰 힘을 보탰다.

◇ '한반도 오감도'가 담고 있는 내용은=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주제는 '한반도 오감도'다. 당초 총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안한 '근대성의 흡수'(1914∼2014)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오감도'라는 제목은 다다이즘의 현대시인인 '이상'의 시에서 차용했다. 오감도가 근현대성의 모호한 경계에서 불안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한반도 오감도' 역시 분단 이후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를 통한 건축적 경로를 담고 있다.
전시는 분단 69년동안 남북한 건축의 실상을 극적인 미화도, 복잡한 설명도 가미하지 않고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시 대상으로 삼은 공간은 서울과 평양이다. 서울과 평양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폐허로 변했다. 서울은 상당수가 파괴됐고, 평양도 90% 이상 사라질 만큼 초토화됐다. 이에 두 도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다른 체제를 반영, 경쟁하며 재건의 길을 걸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의 모습.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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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광장과 인민대학습당

김일성 광장과 인민대학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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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전시는 맨 먼저 두 도시, 즉 두 체제를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1931∼1986)과 김정희(1921∼1975)의 건축 작품을 보여준다. 두 인물은 같으면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김수근은 일본 유학파 출신인 반면 김정희는 소련 유학파 출신이다. 이런 점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적용해가는 두 체제의 건축계 대표 인물로 표상된다. 김수근은 60∼70년대 현대화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축가로 세운상가, 경동교회, 올림픽주경기경 등 200여개 건축물을 설계했다. 또한 김중업과 더불어 전통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한국 건축 담론을 이끌기도 했다.

이에 필적할만한 김정희는 소련 유학파 출신으로 1953년 '평양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김정희는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된 평양에 사회주의 도시계획 이론에 근거한 도시 모델을 적용해 ‘이상적 사회주의 도시’를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이에 평양역사, 김일성 광장 등 평양의 주요 건축물을 남겼다.

이어 두 도시의 중심부인 광화문 세종로와 김일성광장을 보여준다. 광화문 세종로는 청와대를 배후로 한 광화문과 광화문 광장, 양쪽 가로변을 따라 정부청사 등 공공기관, 업무·상업시설을 배치돼 있다. 김일성 광장은 인민대학습당을 중심으로 정부기관 및 공공시설들을 배치하고 있다. 따라서 각 도시의 심장부는 건축물과 이데올로기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도시 설계 역시 체제를 반영하고 있다.

전시기법도 영상과 회화, 사진 등의 장르를 동원, 다채롭게 꾸민 것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각 체제가 미래 도시 형상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 지를 그림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시각적 이해를 높였다. 특히 북한 회화들은 이상사회를 꿈꾸는 사회주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두 도시의 공통점으로 주거 개발 및 도시 건축에서의 속도전, 건축가에 대한 동원 등도 나타난다.

남한의 경우 도시화, 산업화의 영향으로 인구 집적이 일어남에 따라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 신도시 및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을 추진했으며 북한 역시 주거 분배를 위해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을 실행했다. 이에 건축가들은 양 체제에 편승, 건축 활동을 전개하는 등 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데 주력했다.
북한의 건축은 이상사회 건설을 추구하는사회주의 미학 구현을 표현하고 있다.

북한의 건축은 이상사회 건설을 추구하는사회주의 미학 구현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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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큐레이터를 담당한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북한 건축은 사회주의 건축 미학이 집중, 반영된 형태로 나타나며 한반도는 각 체제를 대표하는 건축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번 전시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보다 많은 연구과제를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 황금사자상 수상의 다른 의미는=이번 수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건축이 세계 건축 주류에 편입됐거나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사회 기간 및 개막식에 모두 참여한 김중만 사진 작가는 "북한은 유럽사회에게 여전히 신비롭고 궁금해 하는 대상"이라며 "아직은 북한을 소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며 본격적인 예술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시가 남한 및 외국 작가의 컬러보래이션 형태로 이뤄지면서 남한 및 외국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졌다는 지적도 높다. 조 커미셔너 등은 지난 14개월 동안 다양한 통로로 북한 건축가와 소통을 시도했으며 일정 정도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작년 백두산건축연구원 등과 접촉, 남북 공동전시를 논의, 긍정적인 의견을 교환했으나 시간적·물리적 문제로 결국 남한만의 전시로 끝났다. 조 커미셔너는 "매우 애석한 대목이며 이후 북한 교류협력 확대라는 과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금사자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건축이 국내 건축물 설계에 있어서도 외국 설계사의 하청구조로 전락한 현실도 탈피해야할 점이다. 현재 서울 도심의 주요 공공건축물 및 업무용 빌딩, 주상복합, 상업시설 등의 설계가 외국인을 통해 다수 완성됐다. 따라서 기업 등 국내 건축주들도 국내 건축가들을 새롭게 인식, 적극적으로 작업에 반영함으로써 한국 건축을 육성할 필요성이 있다. 권영빈 문화예술위원장은 "국내는 건축을 예술 장르로 인정하지 않고, 작가들 역시 제대로 대접받지 못 하는 풍토"라고 지적하며 "건축 및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세계 건축과 어깨를 겨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오는 11월3일까지 진행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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