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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춘희 할머니, 나눔의 집 영원히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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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생존자 54명 남아

▲故 배춘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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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배춘희 할머니(91ㆍ사진)가 8일 오전 5시께 별세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뜰 때마다 '다음엔 내 차례인가' 읊조리던 할머니는 5년 전 남몰래 고향 근처 합천 해인사에 납골당을 준비했다. "죽으면 고향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던 할머니는 눈을 감은 뒤에야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경북 성주가 고향인 배 할머니는 19세 때 '취직 시켜주겠다'는 일본군 말에 속아 중국 만주로 따라 나섰다가 영문도 모른 채 4년 동안 '성노예' 생활을 했다. 산전수전 끝에 고국 땅을 밟았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할머니는 일본으로 건너가 엔카 가수로 활동하다 1980년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10년 넘게 나홀로 살다가 1997년 5월 나눔의 집에 정착했다.

할머니는 패셔니스타였다. 꽃무늬 옷을 즐겨 입고 화장하길 좋아했다. 또 활발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수요집회가 끝나면 혼자 인사동에 남아 구경하길 좋아했다.
친분 있는 스님이 '소녀 아리랑' 노래 테이프를 선물하자 1ㆍ2절을 보름 만에 외웠다. 그때부터 할머니 18번은 '소녀 아리랑'이었다. 지난 1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나눔의 집에 방문했을 때에도 할머니는 '내 어릴 적 13살 그 추억은 어디갔나 내 나라 빼앗기고 이내 몸도 빼앗겼네 천리타고 끌려가 밤낮으로 짓 밟혔네'를 불렀다.

할머니는 일본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도 능통해 통역사 역할을 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아흔이 넘은 분이 외국어를 술술 말하니깐 외국인들이 다 깜짝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남자로 태어 났으면 스님이 됐을끼다." 할머니는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오르면 염주알을 굴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못 배운 한이 컸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생활안전지원금을 십시일반 모아 2012년 중앙승가대학교에 3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나눔의 집 장(葬)으로 엄수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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