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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낮은 목소리' 찍고 빚만 7800만원…힘들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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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린 '낮은 목소리2' 특별 상영 후 변영주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30일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린 '낮은 목소리2' 특별 상영 후 변영주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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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영화 '낮은 목소리' 시리즈 3부작을 만든 변영주 감독이 20여년 전 영화 제작 당시 숨겨진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진행 중인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30일 '낮은 목소리2(1997년작)' 특별 상영전을 열었다. '낮은 목소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3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로, 2편은 고(故) 강덕경 할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 1년여 간의 일상과 증언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토크 인 씨어터' 코너에서 변영주 감독은 "9년 동안 '낮은 목소리' 3부작을 제작할 줄 알았다면 시작조차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는 제작 환경이 열악했다. 29살의 나이에 '낮은 목소리' 1편을 마쳤을 때 7800만원의 빚을 졌다. 힘들었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변 감독은 '낮은 목소리2'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내며 "1편의 일본 개봉을 앞두고 도쿄의 한 호텔에서 주인공 할머니들과 함께 묵었다. 그때 강덕경 할머니가 '병원에서 폐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나를 중심으로 다큐 한 편을 더 찍자'고 제안을 해왔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영화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강 할머니는 영상 속에서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일본과 싸울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 세계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오래 살 것"이라며 "이 영화를 많은 관객들이 봐주길 저 세상에 가서도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강 할머니가 병상에서 임종하는 모습도 담겼는데, 이 장면은 변 감독이 찍은 것이 아니다.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외국영화제 참석 차 유럽에 가게 됐다. 5박6일 일정이었는데 비행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할머니가 참 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날 오래도록 죄의식에 시달리게 했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 '나눔의 집'이 경기 광주로 확장·이전한 이후 할머니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보여준다. "소 마냥 일만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순덕 할머니, "다시 태어나면 아(아이) 한번 낳아 키워보고 싶다"던 김복동 할머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만 살았다"는 윤두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애환섞인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변 감독은 할머니들의 증언 가운데 영화에 넣지 않고 편집한 부분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간혹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매우 주관적이었다. 한 할머니는 겨울에 (위안소로) 끌려갔다고 말하면서 봉숭아꽃이 자기를 바라봤다고 하더라. 또 다수의 할머니들이 자신의 첫사랑은 일본군 장교라고 했다"며 "이런 부분들을 편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할머니들의 이런 이야기가 지금에서야 이해되면서 너무나 슬퍼졌다"며 "비참한 상황에서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답게 만들어줄 무엇인가가 마음속에 필요했던 것이다. 기댈 무언가가 있었기에 고통을 견뎌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면 이 장면들을 모두 살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 감독은 끝으로 "'낮은 목소리'를 만든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때 이슈보다는 사람을 먼저 보게 됐다"면서 "9년 동안 할머니들로부터 배운 최고의 것은 '세상을 진심으로 사는 법'"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낮은 목소리' 전작의 상영 수익금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부한다. '낮은 목소리1'은 1일 오후 8시30분에, '낮은 목소리3'에 해당하는 '숨결'은 오는 5일 오전 11시에 관객들을 찾아간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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