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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국가안전처, 운영의 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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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의 핵심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부실한 안전기능을 통합해 '국가안전처'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국가안전처 신설을 밝히는 박 대통령의 표정에서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에 대한 야권과 언론 등 외부 반응은 냉담했다.
세월호 참사 한 달 만에 내린 '성급한 정부 조직 개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전에 국민적인 동의와 충분한 검토도 없이 정부 조직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낸 탓이다.

이를 보며 데자뷔처럼 두 달 전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취임 기자회견을 떠올렸다. 당시 권 회장은 위기에 빠진 포스코를 구하기 위해 가치경영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가치경영실을 통해 40여개 계열사의 경영 전략과 미래 비전을 만들어 포스코 혁신을 추진한다는 맥락에서다. 권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위대한 포스코'를 실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권 회장이 내정 한 달여 만에 이 같은 개혁안을 내놓자 포스코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주류 출신인 권 회장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대로 가치경영실 설치 이후 두 달간 특별히 포스코 경영에 달라진 것은 없다. 과거 포스코 신임 회장 취임 초기 시 추진했던 조직 및 계열사 개편이라는 뻔한 수순을 답습할 뿐이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에도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더구나 국민적 트라우마를 치유해야 할 사안이라면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순리다.

이 같은 교훈은 멀리서 찾을 필요조차 없다. 우리의 우방인 미국이 2001년 9ㆍ11테러 후 사고수습과 대책을 내놓은 것은 거의 1년이 지난 후였다.

선 사고수습과 함께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수많은 논의를 거친 후였다. 미국은 사고 이후 22개 안보관련 기관을 통폐합해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인 '국토안보부'를 신설했고, 2년간의 작업 끝에 2004년 재난 관리 통합 매뉴얼인 '재난통제시스템(ICS)'을 만든 바 있다.

이렇게 신중하게 만든 조직도 이후 발생한 국가 재난 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5년 8월 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히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하자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행정부는 우왕좌왕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1833명, 재산피해도 사상 최고치인 1080억달러를 기록했다. 뉴올리언스는 도시가 물에 잠겼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 지방정부, 국방부 관리 등의 무능한 사고 대처는 국민들로 부터 공분을 샀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과 같았다.

결국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완벽한 기구라도 운영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한다면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국가안전처도 예외일 순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미흡한 초동조치, 관료주의, 재난 대응 전문성 부족 등을 교훈삼아 국가 재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장관급 기구 하나 신설해 공무원 자리만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왕 정부가 칼을 뽑은 만큼 이번에 제대로 된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제2의 세월호를 막을 수 있다. sinryu007@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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