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가족 지원실은 절규로 가득찼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에 억장이 무너진 실종자 가족들의 쌓였던 분노가 또 다시 폭발한 것이다.
이주영 장관과 김석교 해경청장 등은 가족들의 분노에 땀만 뻘뻘 흘렸다. "기상환경이 좋지 않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을 반영해서 구조수색 작업을 진행하겠다" "제가 죽을 죄인이다. 다 책임을 지겠다"고들 말했지만 가족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민간 자원봉사 잠수부와 다이빙벨 투입 등을 약속하고 나서야 새벽 1시쯤 풀려날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붙잡혔다가 풀려난 이 장관과 김 청장 등은 자신들이 '봉변'을 당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단순히 가족들의 '한풀이' 대상이 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날의 수난은자신들이 초래한 '총체적인 불신'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부의 사고 초기 대응은 '안전 한국'이라는 국정 최우선 과제가 무색할 정도로 대형 참사를 불러 왔다. 이후 구조 작업을 하면서도 민간자원봉사자ㆍ가족들과의 소통ㆍ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쌓인 '불신'이 가족들로 하여금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가족들의 '한풀이'가 있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느림보 행보,'소통'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서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정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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