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무사귀환 염원 운동, 시민 정서적 공감대…절망의 늪에서 틔운 희망의 싹
가족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TV 생방송으로 쏟아내는 ‘세월호’ 관련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지만, 보면 볼수록 깊은 한숨으로 이어진다. 누구는 말한다. 대한민국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고. 상실감이 큰 까닭이다.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 애지중지 감싸며 길렀는지 잘 알기에 그렇다. 그 세월을, 그 추억을, 그 사연을 누가 어떤 권리로 빼앗으려 하는가.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16일 오전 세월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조금씩 시간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핵심 승무원들은 전원 생존했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아이들을 구할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른들은 해경경비정의 첫 번째 구조 대상이 됐다. 아이들을 두고 그렇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 어른들은 세월호 지휘부실에 모여 ‘자신이’ 구조될 때만 기다렸다. 배에서 탈출하라는 ‘하선명령’은 없었다는 게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판단이다.
그들의 역할은 아이들을 보호해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렸다. 구조대라도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구조대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아니 누구도 아이들에게 희망의 끈을 건네주지 못했다. 시커먼 물속에서 그렇게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다.
높은 분들은 국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장관은 피해자 가족들이 시름에 젖어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팔걸이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다 입방아에 올랐다.
대통령을 꿈꾼다는 어느 정치인은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라는 아들의 페이스북 글 때문에 해명과 사과를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들의 모습은 특권에 사로잡힌, 국민마음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으로 비쳤다. ‘황제 라면’ 논란은, ‘미개한 국민정서’ 논란은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충격과 우울의 늪이 이어질수록 국민 마음도 황폐화된다. 그러나 누구에게서 어떻게 확산됐는지도 모르는 희망의 씨앗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색 리본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 사진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 마음이 모여 노란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진도우체국은 전국에서 쏟아지는 구호품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갖가지 사연과 내용을 담아 그곳에 물품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그럴듯한 대책도, 높은 분들의 진도 현장 방문도 국민의 다친 마음을 진정으로 감싸주지는 못했다.
희망은 이름 없는 어느 시민에게서 시작됐다. 상처받은 이들이 다시 힘을 내려면 함께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진도, 그곳에 모여 있는 이들과 전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사실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 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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