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원가는 250달러(26만원), 경매가는 무려 68만2000달러(7억2000만원).
올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의 상징 '그린재킷' 이야기다. 10일 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개막하는 이 대회는 우승자에게 트로피 대신 그린재킷을 입혀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1949년 우승자인 샘 스니드(미국)가 입은 게 출발점이다.
조직위원회는 3라운드가 끝날 즈음 우승권에 있는 선수들의 체형에 맞는 그린재킷을 사이즈별로 준비했다가 최종일 일단 시상대로 보낸다. 이날 저녁 다시 챔피언의 체형에 맞춰 정확한 치수를 측정하고, 이름을 안쪽 라벨에 새긴 맞춤형 그린재킷을 보내준다. 우승자는 1년간 보관했다가 다음 해 대회 개막에 앞서 반납하는 방식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있다. 1963년 잭 니클라우스(미국) 우승 당시 너무 큰 사이즈의 옷을 준비해 낭패를 봤다. 니클라우스는 "마치 오버코트를 입은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린재킷을 세 차례나 맞춰야 했던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이 대회에서만 6승을 일궈낸 니클라우스의 마지막 우승은 1986년, 2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체형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의 1937년 그린재킷 경매가는 31만달러였다. 존스는 마스터스 우승자는 아니지만 1930년 US아마추어와 US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 브리티시오픈 등 그 해 4대 메이저를 싹쓸이해 전무후무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측은 그러자 존스에게 소장용 그린재킷을 선물했다. 스미스의 그린재킷이 진짜 챔피언이 받은 최초의 것이라는 점에서 더 귀하게 대접받은 셈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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