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감사인 선정은 이후 인수합병(M&A) 자문이나 산업컨설팅 등 다른 시장에 평판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계약하면서 계약금에 조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부 기업들이 계약을 무기로 감사수임료를 깎자고 요구하는 잘못된 관행이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8일 회계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12월 결산법인 2만472개사의 감사계약 체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감사 수임료 증가율은 기업 자산증가율에 크게 못미쳤다. 외부감사 대상기업의 평균 자산규모는 전년 대비 10.0% 증가했지만 감사수임료는 평균 2780만원에서 2800만원으로 0.6% 증가에 그쳤다. 자산규모 단위당 수임료가 감소한 셈이다.
제값 못받는 감사보수는 부실 감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회계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감사보수가 적으면 좀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없어 실무 직원들이 매일 밤샘을 하고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2의 대우건설이나 쌍용차 같은 부실감사 사태가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박희춘 금융감독원 회계감독 2국장은 "회계법인들끼리 덤핑을 자제하는 등 업계 자율적으로 적정 수준의 수임료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협의가 안되다보니 부실 감사 문제가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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